與 “당이 바이러스 걸렸나… 백신업자 필요없다”
野 “오세훈 발굴한 사람과 조합… 정체성 뭐냐”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사진)과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에게 쏠려 있다. 정치권 밖 인사인 이들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면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물갈이 욕구’를 한층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은 특히 젊은 세대의 ‘롤 모델’로 꼽혀온 안 원장의 행보에 민감하다. 안 원장이 ‘무소속 출마’를 강하게 시사하면서 여야의 계산이 더욱 복잡해졌다. 처음 안 원장의 출마설에 조심스럽게 여론을 살피던 정치권이 점차 그에게 발톱을 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 적군인지, 아군인지…
안 원장은 2일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차이가 없다”면서도 “분명한 건 국민 정서상 한나라당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단 한나라당에 안 원장은 정적(政敵)이 된 셈이다. 한나라당은 안 원장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신선함’에 흠집을 낼 태세다.
한나라당 서울지역의 한 의원은 “안 원장이나 ‘시골의사’ 박경철 씨 등은 전국투어를 하거나 야당 정치에 깊숙이 개입해 이미 정치를 해온 것 아니냐”며 “새 바람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2008년 총선 때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한나라당의 핵심 당직자는 ‘안 원장 영입 가능성’에 대해 “한나라당이 바이러스에 걸렸느냐. 백신업자는 필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에서도 안 원장에 대한 견제가 시작됐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최고위원은 4일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르겠다”며 “(2006년 서울시장 선거 때) 오세훈 후보(전 시장)를 발굴했던 분(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안 원장을 발굴한 것을 보면 안 원장이 민주개혁진보세력은 아닌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부터 주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윤 전 장관의 이력을 들어 “안 원장과 윤 전 장관의 조합은 부자연스럽다”는 얘기도 나온다.
○ 공격하면서도 손짓하는 이율배반
안 원장이 무소속 출마를 고집하면 야권 표를 분산시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기세를 올린 민주당을 침몰시킬 수 있다. 반대로 안 원장이 야권의 후보 통합에 참여하면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내야 하는 한나라당으로선 최악의 구도다.
이 때문에 양당은 안 원장을 공격하면서 동시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당분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민주당 정장선 사무총장은 이날 “안 원장이 적어도 여당 후보는 아닌 만큼 ‘범야권 후보’로 보고 싶다”며 “안 원장이 야권 후보 통합의 촉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도 “(안 원장이) 최소한 친북은 아닌 것 같다. 대기업에 비판적이기는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지향한다고 이해한다”며 “한나라당과 같이 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대항마를 찾아라”
여야는 ‘안철수 변수’에 촉각을 세우면서도 대항마를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특히 후보군이 좀처럼 가시화되지 않는 한나라당이 더 급하다. 당내에선 김황식 국무총리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등의 이름이 나온다. 하지만 현 정부 인사를 내세우면 ‘MB(이명박 대통령) 심판론’으로 선거구도가 짜일 수 있고, 대기업에 대한 중도층의 반감이 큰 상황에서 대기업 출신을 내세우기도 마땅치 않다. 여당은 후보가 없어서, 야당은 후보는 많지만 안 원장 같은 대어가 없는 상황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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