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캣츠’는 9월 17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2003년 12월 6일, 당시 대학교 1학년이었던 기자는 용돈을 아끼고 아껴 4만원을 모아 가장 싼 좌석 하나를 선택했다. 비록 좌석은 기둥 석이었지만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행복했다.
그 공연이 바로 뮤지컬 '캣츠'였다. 오페라의 유령, 미스사이공, 레 미제라블과 더불어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명작이다. 관람 당시 기자는 늙은 암고양이 그리자벨라의 '메모리'와 섹시한 반항아 수고양이 고양이 럼텀터거의 '더 럼텀터거'를 들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2008년 공연 후 볼 수 없었던 '캣츠'가 3년 만에 관객들을 찾아온다. 세계 26개국, 300여 개 도시에서 7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감동시키며 스테디셀러로 사랑받는 '캣츠'를 서울에서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캣츠' 한국 초연의 주역들 10인이 그대로 합류했고 '오페라의 유령'의 프리마돈나 '칼롯타'역의 성악가 김성은 등 뛰어난 배우들이 참여했다.
무엇보다 국내 정상의 디바로 알려져 있는 인순이, 박해미, 홍지민이 그리자벨라로 캐스팅됐다. 31일 서울 송파구 롯데 호텔에서 그리자벨라 역인 인순이, 박해미, 홍지민의 공동 인터뷰를 가졌다.
▶인순이 "'캣츠', '나가수'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아"
세 디바는 인터뷰 내내 에너지가 넘쳤다.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캣츠'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는지 보일 정도였다. 심지어 포토타임 때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치마를 입은 상황에서도 바닥에 앉으면서까지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가요계의 전설' 인순이는 등장하는 순간부터 내면에서 카리스마를 분출했고, 박해미는 보기만 해도 똑소리가 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도 묻고자 하는 포인트를 잘 잡아 대답해 주기도 했다. 세 디바 중 막내인 홍지민은 유쾌하고 발랄한 모습을 보여 분위기 메이커가 됐다.
-박해미씨가 공연했던 '맘마미아'와 우연히 대결구도를 만들었는데….
"개인적으로 '맘마미아'를 사랑했다. 내가 지금 이 위치에 있게 된 토대가 된 공연이다. 하지만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그런데 캣츠의 '그리자벨라'에 캐스팅 됐을때, '메모리만 잘 부르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오프닝 때 고양이 30마리와 함께 춤을 추더라. 완전 속은 기분이다. 하하하. '캣츠'를 선택한 결정적인 계기는 1년 전부터 제작팀에서 제안을 했고 '맘마미아'는 연락이 없었다."(박해미)
-현재,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도 출연중이다. 두 가지를 하는 것이 힘들진 않은지.
"'엎친 데 겹친다' 라는 말이 있다. 안 좋은 의미로 사용될 수 있지만 나에겐 좋은 의미다. 갑자기 좋은 일이 나에게 쏟아졌다. 대구육상경기에서 주제가도 불렀고 앞으로 콘서트도 있다. 너무 행복한 맘으로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 '캣츠'같은 경우는 함께 하는 배우들이 도와주고 조언도 해줘 고맙다. '나가수'도 현재는 즐기고 있다. 두루두루 좋은 일인 만큼 열심히 잘 하겠다."(인순이)
-데뷔한지 33년이 됐다. 쉬엄쉬엄 활동할 수 있을 텐데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나도 희한하게 생각되지만, 내 체력은 정말 좋은 것 같아. '나가수'는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모든 것은 때가 있더라. 해 보고 후회하더라도 미련은 남지 않지만 안 하면 후회도 하고 미련도 남는다. 그리고 지금 내게 기회가 왔다고 해서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캣츠'에는 관객이 있고 '나가수'에는 두 귀를 쫑긋하는 청중평가단이 있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도전할 수 있다면 언제나 도전할 것이다." (인순이)
"저희가 실제 연습을 하기 전에 워밍업을 1시간 정도 한다. 그 워밍업이 쉽지 않은데 인순이 선배님은 한번의 망설임도 없이 워밍업을 하신다. 와, 그 유연함, 체력, 열린 마음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또 선배님은 "나는 매일이 크리스마스야"라고 말할 정도로 긍정적이시고 늘 웃고 다니신다. '선배님처럼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연습할 때 가끔 농땡이(?)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선배님이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도 사라질 만큼 열심히 하신다. 진짜 대단하시다." (박해미, 홍지민) ▶공연하는 동안 화장실도 못가… 탈수증세까지
뮤지컬 '캣츠'에서 세 명의 디바가 맡은 그리자벨라는 과거 젤리클 고양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고양이었다. 하지만 더 화려한 세상을 꿈꾸며 바깥으로 떠났고 세월이 흐른 후 늙고 망가진 고양이가 돼 다시 돌아온다.
이젠 더 이상 매력적이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그리자벨라를 고양이들은 외면하고 그리자벨라는 슬퍼한다. 그러다 다시 용기를 낸 그리자벨라는 다시 한번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고양이들에게 간청하며 맘을 움직여 다시 젤리클 고양이로 인정받고 모두의 축복 속에 하늘로 올라간다.
이러한 그리자벨라는 마치 여배우의 삶과 닮았다고 홍지민은 말했다. 그래서 더욱 그 역에 슬퍼하고 공감하며 연기할 수 있다고. 또한 인순이와 박해미와 함께 그리자벨라를 보며 연예인의 고충 등을 많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같은 역이지만,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그리자벨라'는?
"연출자께서 그리자벨라는 상처받았지만 자존감을 잃지 않은 고양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리자벨라의 내면을 잘 표현하려고 한다.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수위조절이다. 아마 캣츠공연이 끝날 때 까지 풀어야하는 숙제일 것 같다."(홍지민)
"'메모리'에 대한 관객들에 기대가 크다. 대부분 '메모리'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이 나오길 기다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절제를 하며 불러야 하는 게 '메모리'다. 그래서 완급을 조절하며 부르는 게 어렵다. 그리고 처음엔 '캣츠'는 단순히 고양이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완전히 오해했다. 캣츠는 철학이 담긴 작품이다. 그리고 용서, 화해, 내려놓음 그리고 치유가 한꺼번에 들어있는 작품이다. 게다가 고양이의 세계이지만 인간의 세계 모습과 같다. 관객들이 그런 내용으로 이해하고 돌아가실 수 있도록 연기하겠다."(인순이)
"홍지민은 젊은 그리자벨라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자벨라는 나이가 든 고양이지만 홍지민는 에너지가 넘쳐 좋다. 홍지민 씨가 체구도 크고 에너지가 넘치니까 한번은 내가 "너 살 빼야 하는 것 아니냐, 수컷 고양이 같다"라고 한 적도 있다. 인순이 선배님은 아무래도 우리보다 연배가 높으시니 연출가께서 말하는 '삶'을 쏙쏙 받아들이신다. 그리고 연습을 하시는 거 보면, 우리가 생각했던 인순이 선생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주실 것 같다. 저는 섹시한 고양이? 하하하 TV에서는 왜 이렇게 내가 아줌마처럼 보이던지… 하지만 무대에서 만큼은 매력적인 것 같다." (박해미)
-'그리자벨라'를 하며 어려운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메모리'일 것이다. 메모리는 첫 음부터 너무 높다. 하지만 세게 부르면 안 되고 부드럽게 가야한다. 게다가 그리자벨라는 메모리를 부를 때, 몸을 굽히며 손을 앞으로 내미는 불쌍한 포즈를 취한다. 그 자세로는 고음을 부르기가 힘들다. 게다가 눈 메이크업도 진해서 감정을 잡으려고 눈을 작게 뜨면 실제로는 눈동자가 안보여서 눈을 번뜩 뜨고 노래를 해야 한다"(인순이)
"처음 그리자벨라역을 맡았을 땐 '메모리'를 부르기가 싫었다. 대학교때 메모리의 멜로디는 너무 좋아서 연습을 많이 했는데 지겹더라. 메모리 연습을 할 때 음악 감독님과도 해보고 개인 트레이닝을 받기도 해봤지만 내가 원하는 느낌이 잘 안나와 결국 홀로 싸우기로 했다. 그래서 죽도록 연습을 했고 나도 음악 감독님도 'OK'를 하게 됐다. 또 그리자벨라는 높은 데서 내려오는 장면이 있다. 내가 비행기 타는 것을 무서워해서 캣츠에서도 높은 데 올라갈 때는 죽음을 불사하고 한다. 하하하." (박해미)
"메모리 한곡을 위해 한 시간 동안 워밍업을 하고 준비를 많이 하기도 한다. 그리고 한국어 버전으로 부르는 것이 힘들어 좌절감도 느낀다. 게다가 감정 조절하는 것이 만만치는 않아 체력적,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많다. 그리고 그리자벨라만의 어려운 점은 아니지만 고양이 소품과 소도구들은 너무 덥고 거추장스럽다. 복장이 전신 타이즈라 화장실을 가는 것도 힘들어 아예 물을 마시지도 않는다. 그래서 공연이 끝나면 거의 모든 배우들이 탈수 증세를 일으킬 정도다."(홍지민)
▶무대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아
"뮤지컬 '캣츠'는 모든 배우들의 꿈이자 무덤이다"
인터뷰 중 홍지민의 말이다. 그 만큼 '캣츠'는 많은 배우들이 동경하고 사랑하는 작품이자 해내기 힘든 작품인 것이다. 뮤지컬 배우로서 왕성한 활동을 한 홍지민도 캣츠가 어떤 뮤지컬보다 연습하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심지어 후배 배우들이 연습하는 장면을 보며 울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홍지민은 우리나라의 뮤지컬 시스템에 관해서 안타까움을 언급하기도 했다. 홍지민은 "외국 뮤지컬 배우들은 작품마다 좋은 연기 지도 선생님과 보컬 선생님이 주변에 많다. 그리고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기 위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 나 역시 작품을 할 때마다 적합한 선생님을 찾아 헤매곤 한다" 라며 "앞으로 뮤지컬 배우들을 꿈꾸는 사람들이나 배우들이 쉽게 잘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면 좋겠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도 뮤지컬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무대가 좋아서'란다.
-뮤지컬의 매력은 무엇인가?
"가수들은 무대에서도 혼자, 영광도 혼자 그리고 실패도 혼자의 것이다. 하지만 뮤지컬은 함께 모여 연습하고, 고민하고 가끔은 깔깔거리며 한 작품을 만들어 내가는 것이 매력이다. 그래서 세계적인 뮤지컬에 합류해 발을 맞춰간다는 것에 자부심이 생기고 행복하다" (인순이)
"'무대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매력이다. TV 프로그램은 편집과 같은 배우에게 도움을 주는 요소가 있다. 하지만 무대는 틀렸다고 다시 시작할 수 없고 결과는 절대적으로 연습량과 비례한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연습은 절대 널 배신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관객들과 눈빛으로 박수로 에너지를 교환하는 것이 좋다."(홍지민)
-한국에서 여자 뮤지컬 배우로서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은?
"최선을 다 했기 때문이다. 나는 무대에서는 똥을 싸고, 숨을 끊어지는 느낌이 와도 무대에서 최선을 다한다. 무대는 성스러운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도 끝까지 찾아주는 것이 아닐까" (박해미)
-관객들이 '캣츠'를 보고 어땠으면 좋겠나
"용서, 사랑, 치유, 화해의 메시지를 표현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하지만 2시간 40분 동안 순간적으로 이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우리가 전하는 메시지는 직접 말로 하지는 않지 않고 내면에서 내면으로 전한다. 공연을 보기 전, 캣츠에 대한 이야기나 철학적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면 보고 오시면 더 감동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인순이)
"2008년에 캣츠를 관객석에서 봤다. 그리고 지금 배우로서 연습을 하니, 그 당시에는 몰랐던 수많은 철학적 메시지가 '캣츠'에 담겨져 있다. 맘 같아서는 연습과정을 보여드려 그 메시지를 전달해드리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 약간의 정보는 알고 오셨으면 좋겠다. 미술작품도 설명 없이 보는 것보다 큐레이터한테 작품에 대해 들으면서 보는 것이 더 좋지 않은가. 캣츠에 대해 조금 알고 오신다면 공연에 대한 값어치가 더욱 커질 것 같다" (홍지민)
"다른 분들이 다 잘 말씀하셔서… 하하. 맘만 열고 오세요. 그러면 행복하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고양이들의 행복만 잘 전달된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박해미)
마지막으로 세 명의 배우는 "뮤지컬 '캣츠'는 그리자벨라가 주인공이 아니라 30명의 고양이가 모두 주인공이다. 그리자벨라보다 전체적인 '캣츠'를 보시길 바란다" 라며 말을 맺었다.
한편, 뮤지컬 '캣츠'는 8월 이천공연을 마치고 9월 17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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