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고민한 지 5일 만에 무대 밖으로 퇴장하면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가 전면에 등장한 ‘후보 단일화 이벤트’는 잘 짜인 각본대로 진행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는다.
안 원장은 6일 오전 11시 42분 서울 여의도의 집을 나서며 기자들에게 “(박 변호사에게서) 아직 연락이 없어 오늘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후보 단일화 문제는) 박 변호사의 말씀을 들어봐야 한다. 50 대 50”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출마하면 무소속”이라고도 했다.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아직까지 별다른 논의가 없고 여전히 출마를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안 원장은 그로부터 두 시간여 뒤인 오후 2시 박 변호사를 서울시내 모처에서 만났다. 두 사람이 만난 시간에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이미 박 변호사로 단일화가 이뤄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안철수연구소는 오후 4시 기자회견을 위해 오후 2시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지하 공간을 빌려 놓고 있었다. 후보 단일화 논의가 길지 않을 것임을 사전에 알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후보 단일화 논의가 끝나자마자 박 변호사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3명은 오후 3시경 만났다. 두 사람 간의 단일화 논의에 한 전 총리와 문 이사장도 관여했을 것이란 관측이 그래서 나온다. 그리고 안 원장의 기자회견에 앞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야권 단일후보를 내기로 합의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렇게 단일화 이벤트는 사전에 시간표가 짜인 것처럼 진행됐다.
마지막까지 궁금증을 극대화하기 위해 ‘연막작전’을 편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실제로 안 원장은 5일 박 변호사가 자신에게 e메일을 두 통 보냈다고 밝혔다. 또 박 변호사가 출마에 확고한 뜻을 가진 점이 자신의 출마 결정에 가장 큰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이날 박 변호사는 백두대간 종주 일정을 5일가량 앞당겨 서울로 돌아왔다. 두 사람 간에 이미 후보 단일화 논의가 상당히 진행됐음을 의미한다.
이날 저녁에는 안 원장과 ‘시골의사’ 박경철 씨 등이 참여하는 평화재단 관계자들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재단은 두 사람이 진행하는 ‘희망 공감 청춘콘서트’를 주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안 원장이 e메일로 박 변호사의 의사를 확인한 뒤 자신의 후원그룹인 평화재단에 서울시장 불출마 뜻을 전했다는 추측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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