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銀 로비 수사’ 김두우 사의]수사 어디까지 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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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대가성 있는 금품수수’ 증거 확보한 듯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기 시작했다.”

김두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15일 검찰에서 출석 통보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 안팎에서는 부산저축은행의 거물급 로비스트인 박태규 씨에 대한 로비 수사가 크게 진전되고 있다며 이런 반응이 나왔다.

특히 정관계의 마당발이자 부산저축은행의 퇴출 저지를 위한 로비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박 씨가 검찰에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박 씨에 대한 검찰의 로비 수사가 정관계에 큰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당장 김 수석 문제가 걸려 있는 청와대를 비롯해 정관계도 검찰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 청탁 받은 듯

부산저축은행은 지난해 금융감독원과 감사원으로부터 강도 높은 공동 검사를 받으면서 퇴출위기에 몰리자 퇴출을 모면하기 위해 전방위로 로비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부산저축은행의 대외 로비를 총괄한 김양 부회장은 박 씨에게 퇴출을 막아 달라며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15억 원을 건넸다. 박 씨는 자신이 그동안 알고 지내온 유력 인사들을 통해 부산저축은행의 구명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박 씨가 김 수석에게 건넸다고 진술한 1억여 원이 김 부회장이 박 씨에게 로비자금으로 건넨 15억 원 가운데 일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 씨는 1억여 원의 명목에 대해 부산저축은행의 퇴출을 막아 달라는 청탁 자금이라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수석은 돈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부터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1억 원이 김 수석에게 건너간 것은 물론 대가성도 있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부산저축은행이 자신들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엉터리 경영으로 퇴출될 위기에 처하자 경영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거물 로비스트를 동원해 대통령의 측근 인사에게까지 금품로비를 벌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 검찰, 정관계 로비 정조준하나

박 씨는 부산저축은행이 지난해 퇴출 저지 로비를 벌이면서 기용한 로비스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박 씨는 과거 정부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 인맥을 두루 구축했을 뿐 아니라 재계와 금융권, 법조계, 언론계의 고위층 인사들과도 친분을 과시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특히 박 씨가 지난해 부산저축은행이 퇴출 위기에 몰리자 부산저축은행의 청탁을 받고 정관계 인사들을 접촉한 정황을 파악하고 있다. 김 수석도 박 씨가 지난해 빈번하게 접촉한 정관계 인사 중 한 명이란 점에서 앞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인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태규 수사의 첫 소환자가 현직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란 점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박 씨가 로비를 위해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정관계 인사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검찰의 수사가 어디로 향할지 가늠하기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관계가 지금 박 씨의 입을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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