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안일한 판단으로 ‘전력 대란’을 일으킨 지식경제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간부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올 5월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부산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책임을 물은 데 이어 두 번째 현장 질책이었다.
이날 한전 본사를 전격 방문한 이 대통령은 한전 측의 보고가 추상적으로 흐르자 “뭐가 잘못됐는지 두루뭉술하게 하지 말라.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얘기하라”고 말했다. 또 “거래소에서 단전하란다고 (한전이) 단전하느냐. 단전 전에 매뉴얼상 (취할 조치가) 뭐가 없느냐. 지(자기) 맘대로 끊어도 되느냐”고 몰아세웠다.
이어 이 대통령은 “여러분은 세계적인 국영회사라고 할지 모르지만 형편없는 수준이다. 후진국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또 “오피스빌딩이나 공공건물, 이런 데는 (긴급사태에) 전기를 끊어도 되지만 병원과 엘리베이터, 전기로 작업하는 중소기업에 (전기 공급을) 무작위로 끊는다는 것은 기본이 안 됐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질책 초반에 해명을 시도했던 책임자들은 질책이 20분을 넘어선 이후로는 고개를 떨군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은)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생각하는 거다”라며 “당신들은 잘 먹고 잘 자고…. 전기 수요가 올라가니까 끊어버리겠다고 이런 생각으로 일하는 것 아니냐. 이러니 공기업이 비판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공기업에 있는 사람들이 대우 받을 건 다 받고 국민에 대한 투철한 봉사정신이 부족하다. 내가 분통이 터지는데 실제 당한 사람들은 얼마나 속이 상하겠느냐”고 한탄했다. 이 대통령은 “내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것도 부끄럽다. 이런 실수로 정부가 국민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며 자책성 발언도 내놓았다.
한편 이 대통령은 초유의 전력 대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최중경 지경부 장관을 경질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경부 과장의 동의’ 아래 거래소가 순환 단전 결정을 내렸는지를 두고 벌어진 논란과 무관하게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권 일각에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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