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의 핵심 로비스트 박태규 씨(71)가 김두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등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 여러 명의 이름을 청탁 대상으로 거론하며 김양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59·구속 기소)에게서 돈을 받아간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검찰의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수사가 본격적인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는 지난해 4∼10월 김 부회장에게서 “감사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고위공직자에게 말해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금감원 검사 강도를 완화하고 검사가 조기에 종결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청탁 등과 함께 10차례에 걸쳐 17억 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박 씨를 16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씨는 서울 강남구의 호텔 커피숍, 주차장, 주유소 등에서 김 부회장을 만나 매번 전액 현금으로 1억∼3억5000만 원을 받았다. 그때마다 김 부회장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이 퇴출되지 않고 연착륙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박 씨는 친분이 있는 고위공직자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를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 씨가 10차례에 걸쳐 돈을 받아간 점으로 미뤄볼 때 금품 로비를 시도한 고위공직자가 7, 8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박 씨가 올 2월 김 부회장의 요구로 2억 원을 돌려줬고 은행 대여금고 및 자택에서 5억여 원의 현금뭉치가 발견됨에 따라 나머지 10억 원가량이 실제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것으로 보고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박 씨에게서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퇴출 저지 청탁과 함께 1억 원 안팎의 현금과 상품권, 골프채 등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김 수석을 출국금지하고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검찰은 또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박 씨의 통화기록을 분석한 결과 김 수석과 90여 차례나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고 박 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통화내용을 추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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