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의료혜택 0’ 보길도에 수호천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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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0일 03시 00분


경력 30년 은퇴의사 정우남 씨 섬 이주 ‘행복의원 1호’ 개원
전남 은퇴의사 활용사업 결실

다음 달 10일부터 전남 완도군 노화읍에서 ‘행복의원 1호’ 원장으로 근무하게 될 ‘은퇴의사’ 정우남 씨(왼쪽)가 16일 박준영 전남지사로부터 병원 현판을 전달받고 있다. 전남도 제공
다음 달 10일부터 전남 완도군 노화읍에서 ‘행복의원 1호’ 원장으로 근무하게 될 ‘은퇴의사’ 정우남 씨(왼쪽)가 16일 박준영 전남지사로부터 병원 현판을 전달받고 있다. 전남도 제공
전남 완도군 보길도는 고산 윤선도의 유적과 빼어난 풍광으로 유명하지만 3년 전만 해도 육지에 나가려면 2시간 넘게 배를 타야 했다. 인근 노화도와 다리가 놓이면서 배를 타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불편한 게 많다. 외딴 섬이다보니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소아과 전문의가 없어 아이들이 아플 때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의료 소외지역이던 보길도에 30년 경력의 의사가 수호천사로 나섰다. 가끔 와서 잠깐 보고 떠나는 의료봉사가 아니라 섬에 둥지를 틀고 병원 문을 여는 것. 주인공은 전남 담양 출신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대학교수와 소아과 전문의로 활동한 정우남 씨(68·사진). 정 씨의 직함은 ‘행복의원 1호’ 원장이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16일 정 씨에게 ‘행복의원 1호’ 현판을 전달했다. 정 씨는 10월 10일부터 노화읍 보건지소에서 진료를 한다. 진료 대상은 노화읍 보길면 소안면 등 3개 섬 어린이들. 위급한 경우에는 노약자 등 일반인도 진료할 계획이다.

전남대 의과대를 졸업한 정 씨는 군의관 생활을 마친 뒤 1973년 미국으로 가 휴스턴 등에서 33년간 소아과·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일했다. 미국 생활을 정리한 뒤에는 중국으로 가 지난해 말까지 5년 동안 옌볜(延邊)과학기술대 의무실장으로 활동했다.

부인과 함께 노후생활을 고민하던 정 씨는 귀국해 고향에서 남은 인생을 보내기로 하고 낙도 의료봉사를 결심했다. 정 씨의 이런 구상은 전남도의 ‘행복의원’ 사업과 연결돼 뜻을 이루게 됐다. 전남도는 그동안 섬지역 의료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은퇴 의사’를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했으나 낙도에 선뜻 내려오려는 의사가 없어 애를 태웠다. 전남 여수가 고향인 정 씨의 부인 박성자 씨(61)는 중학교 영어교사 경험을 살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 부부는 6월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정 씨는 “주위 시선이 부담스럽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 전남도는 보길도에 정 씨 부부가 머무를 14평짜리 집을 임대해주고 매달 생활비 200만 원과 진료에 쓰일 의료장비, 약품을 지원키로 했다.

배양자 전남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은 “행복의원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다른 은퇴의사들도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며 “은퇴 의사를 활용하는 무의촌 진료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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