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아바타’ ‘경제 순장조’로 불리며 승승장구해왔다. 그러나 15일 대한민국의 ‘블랙아웃(black out·동시 정전) 위기’로 아웃 위기에 직면한 인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얘기다.
직업공무원인 최 장관은 2007년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후보 캠프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가장 잘나가는 관료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이번 정부 들어서만 기획재정부 1차관→주필리핀 대사→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지경부 장관을 잇달아 지냈다.
여권 인사들이 꼽는 그의 출세 배경 중 하나는 이 대통령을 빼닮은 호전적인 일처리 방식이다. ‘최틀러’(최중경+히틀러 합성어)라는 별명처럼 한번 결정되면 상대가 누구든 물러서지 않았다. 그와 이 대통령 간 다리를 놔준 것은 재정경제부 과장 때 차관으로 ‘모셨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현 산은지주 회장)이었다.
강 전 장관은 대선 직후인 2008년 1월 최 장관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추천하면서 “일단 써보면 스타일이 마음에 들 것”이라고 했고, 당시 환율정책 실패로 세계은행에 나가 있던 최 장관은 서류와 옷가지만 챙긴 채 한걸음에 귀국했다고 한다.
그는 미국발 금융위기 후폭풍에 고민하던 이 대통령의 신뢰를 쌓기 시작했다. 최 장관은 새 정부 출범 후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 발탁됐으나 고환율정책 실패 논란으로 5개월 만에 물러났다. 그러나 그의 업무 스타일을 마음에 들어 했던 이 대통령은 계속 중용했고 최 장관은 기름값 인하 등 이 대통령이 중시하는 핵심 민생 이슈를 특유의 돌파력으로 처리하며 신임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분위기가 다르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대통령은 19일에도 최 장관의 거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기업인 출신이라 전력 문제에 민감하다. 전기가 안 들어오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며 “이번에는 (사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롤러코스터처럼 이어졌던 최 장관의 관운도 이번 정전사태와 함께 ‘OFF’될 것이라는 관측이 점차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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