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 사는 회사원 사와다 도모코 씨(50·여)는 올여름 도쿄전력과 절전 계약을 체결했다. 약속한 감축량보다 전기를 많이 쓰면 배전반(두꺼비집) 스위치가 내려가는 계약이었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태 후 일본이 겪고 있는 전력난 해결에 도움이 되기 위해 스스로 결정했다.
7월부터 71일간 전개된 일본 정부의 전기사용 제한 기간에 일본 국민은 개인과 기업을 가리지 않고 사와다 씨처럼 악착같이 전기를 아꼈다. 일본 정부와 전력 당국은 도쿄 등 수도권과 동북지역의 기업 및 상업용 빌딩을 대상으로 지난해 최대수요전력의 15%를 줄이도록 의무화했지만 실제로는 21%대로 목표치를 넘었다. 도쿄의 경우 지난해 하루 전력수요 최대치는 5999만 kW(7월 23일)였지만 올해는 4922만 kW(8월 18일)로 1077만 kW(22%)나 줄었다.
장소를 바꿔 2011년 9월 15일 한국. 예비전력이 24만 kW까지 떨어지면서 전국이 ‘블랙아웃(동시 정전)’ 직전까지 가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평소 5% 이상이었어야 할 전력예비율이 이날은 0.35%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전국이 블랙아웃되면 사회 인프라가 마비돼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복구에도 최소 일주일 이상이 걸려 엄청난 피해를 본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언제든 또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2, 3년 전부터 정부와 전력 당국은 아슬아슬한 예비전력 때문에 여름 겨울마다 진땀을 빼왔다.
전력 부족의 해결법은 두 가지다. 공급을 늘리든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공급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전력 공급을 늘리려면 발전소를 지어야 하는데 원자력 방식은 10년, 석탄은 6∼8년, 가스는 4년의 건설 기간이 필요하다.
나 하나 아낀다고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오늘부터 국민 한 사람이 어제보다 전기 사용을 10%만 줄이면 1년간 434억 kWh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 이는 전국의 가로등을 15년 동안 밝힐 수 있는 엄청난 전력량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3조7000억 원어치에 이른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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