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유로존 넘버3’ 휘청… 佛-스페인도 부실 도미노 조마조마

  • Array
  • 입력 2011년 9월 21일 03시 00분


유럽 경제위기 확산

이탈리아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그리스 디폴트 및 재정적자 위기로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유로존의 목을 거세게 조이고 있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긴 했지만 이탈리아가 유로존 3위 경제대국이라는 위치와 상징성 때문에 파장은 커지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강등한 건 2006년 이래 처음이다.

시장에선 가뜩이나 고공행진 중인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계속 상승해 결국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 경우 그리스 디폴트 위기에 발목이 잡힌 프랑스 대형은행들이 이중 타격을 받아 프랑스까지 등급이 떨어지면 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무디스가 지난주 이탈리아의 재정상태 검토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한 터라 무디스까지 추가 강등을 발표하면 우려는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탈리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19%에 달하는 국가채무 비율 중 56% 이상을 자국이 보유하고 있고, 국채를 매수할 수 있는 국내 자본도 충분할 만큼 총 저축 지표가 좋기 때문에 구제금융 위기로까지 확산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이탈리아 위기가 단시간 내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지난주 이탈리아 의회는 재정적자를 현재의 4.5%에서 2014년까지 GDP의 0.2%로 낮추기 위한 480억 유로 재정적자 감축안을 통과시켰지만 여야는 세부 정책을 놓고 여전히 갈등하고 있다.

여기에 유로존 회원국이 과감한 선제 대응보다 뒷북 조치로 일관하는 것도 위기 확산의 요인이 되고 있다. 벨기에 경제싱크탱크 리디파인의 소지 카푸어 소장은 20일 파이낸셜타임스에 “EU 지도자들은 그리스 문제 해결에 처참하게 실패함으로써 이탈리아가 초래한 더 크고 급박한 문제를 풀 수 없을 것이라는 (시장의) 판단을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권 4위 경제대국인 스페인 은행의 부실채권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은 것도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19일 스페인 은행의 부실 채권율이 7월 말 현재 6.94%로 16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액수로는 1247억 유로(약 195조 원)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는 20, 21일 양일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추가 경기부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21일 오후 2시(한국 시간 22일 오전 3시) 이후 회의 결과를 발표한다. 미 연준이 추가 부양책으로 이탈리아발(發)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 CNBC가 14, 15일 경제 전문가 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상자의 80%가 연준이 단기 미국 국채를 내다팔고 장기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를 발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방법으로 국제시장에서 장기 미국 국채의 유통물량을 줄여 국채 금리를 떨어뜨리면 그 영향으로 미국 내 금융기관의 장기 금리가 떨어져 일반인이 자금을 쉽게 빌릴 수 있게 된다. 연준은 또 민간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겼을 때 지급하는 금리를 현행 0.25%에서 더 낮춤으로써 은행들이 민간 대출을 늘리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