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마’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닭 품종이다. 작은 몸집과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주로 애완용으로 길러진다. 이은원 씨(blog.naver.com/cre250rally) 제공
인터넷에서 ‘부화기 만들기’로 검색을 해 보자.
‘누가 그런 걸 만들어?’란 예상은 화면을 가득 채우는 수많은 웹 페이지를 보는 순간 바로 깨져버린다. 병아리 부화와 부화기 만들기 동호인들의 모임인 ‘뷰티팜(cafe.naver.com/vip2933)’의 회원은 무려 2만3000명에 이른다.
○ 몸집 작은 애완용 닭도 있어
부화기 만들기 카페를 들여다보는 것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뷰티팜 회원의 80%는 부화를 취미로 하는 일반인이다. 양계나 종계(種鷄) 분양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20%(부업 15%, 주업 5%)에 불과하다. 개인 회원 중 상당수가 아파트 거주자라는 사실도 놀랍다.
뷰티팜 매니저 류영하 씨에게 “덩치 크고 냄새나는 닭을 아파트에서 키우는 것이 어렵지 않으냐”고 물었다. “큰 개를 키우는 것보다는 쉽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애완용 닭은 덩치가 크지 않으며, 배설물의 냄새는 발효 먹이를 먹이거나 배설물받이 흙 속에 미생물을 넣어 없앨 수 있다는 설명. 류 씨는 애완용 닭으로 ‘자보’라 불리는 꽃닭과 말레이시아 원산 닭을 개량한 ‘세라마’를 추천했다. 자보는 비둘기보다 약간 크고, 세라마는 비둘기와 비슷하거나 좀 더 작다.
사실 부화기를 이용하면 닭은 물론 꿩, 원앙, 오리, 기러기, 메추라기, 타조 등 거의 모든 조류의 알을 부화할 수 있다. 문조나 십자매, 금화조, 모란앵무, 왕관앵무 등 애완조 알도 부화가 가능하다. 다만 애완조의 경우 태어나자마자 스스로 모이를 먹는 병아리와 달리 사람이 직접 먹이를 먹여 키워야 하는 점이 다르다. 메추라기는 덩치가 작아 인기가 있지만 수컷들이 ‘뾰로롱’ 하고 시끄럽게 울어대는 통에 주인이 곤란해지기도 한다. 요즘엔 어른 주먹의 3분의 2 정도 크기인 미니 메추라기(버튼퀼)가 인기를 끌고 있다.
○ “중독될 정도로 재미있다”
사람들은 왜 부화에 재미를 붙이고 열광할까. 류 씨는 “부화는 생명의 소중함과 경이로움을 일깨워 준다”고 말했다. 한번 맛을 들이면 “중독될 정도로 재미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로 부화시켜 본 사람들은 병아리와의 만남부터 이별까지의 모든 순간에 대한 추억을 너무나 소중히 간직한다.
인터넷 카페를 보면 아이들과 병아리 부화 체험을 하다 부모가 그것에 빠져버린 경우도 흔하다. 그들에게 병아리 부화는 신해철의 노래 ‘날아라 병아리’ 가사 내용 같은, 어린 시절 학교 앞에서 팔던 노란 병아리의 기억을 되살려 주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아파트에서 닭이나 오리를 키우는 것이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공동생활인지라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많은 동호인이 사육을 포기한다. ‘닥스’란 누리꾼은 지난달 1일 베란다에서 키우던 ‘빅빅이 가족’ 오리 4마리와 이별을 했다. 이웃들의 불평 때문에 오리들을 호수가 있는 집 근처 공원에 풀어준 후 ‘오리가 떠난 자리에는 허전함이 남아 돌고 있다’는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다. 대다수의 중도 포기자들은 시골에 있는 부모님이나 친지들에게 키우던 닭과 오리를 ‘입양’ 보낸다.
○ 아이스박스+백열등으로 부화기 DIY
부화기 만들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단열이 되는 아이스박스에 백열전구와 습도 조절을 위한 물받이만 넣어도 기본적인 준비는 OK다. 좀 더 이력이 붙은 사람들은 온도조절기와 타이머, 알을 자동으로 굴려주는 모터를 단다. 그렇지만 손으로 알을 굴려줘도 웬만하면 부화에 성공한다.
인터넷에는 부화기 부품만 전문적으로 파는 쇼핑몰(www.edmart.co.kr)도 있다. 세트의 가격은
2만 원 후반대부터 15만 원 정도까지 다양하다. 개인이나 회사가 만든 가정용 부화기 완제품도 있다. 동호인들 사이에선 ‘알콤’이란 제품이 가장 유명하다.
부화시킬 알은 어디서 구할까? 보통은 동호인이나 종란을 전문으로 파는 사람들에게서 사면 된다. 마트에서 파는 유정란을 부화기에 넣어도 된다. ‘마트 유정란 부화 카페(cafe.naver.com/ayh333)’란 것이 있을 정도. 다만 부화율이 종란에 비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동호인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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