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일본 출장을 갔을 때 SLS그룹 현지법인에서 향응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내용을 둘러싸고 이 회장과 박 전 차관 사이에 진실게임 양상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 조금씩 바뀐 해명
박 전 차관은 지난달 22일 이 회장이 관련 사실을 폭로했을 때 “생면부지의 이 회장이 왜 그런 말을 꾸며대는지 모르겠다”며 이 회장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이후 박 전 차관은 “일본에서 술자리는 있었지만 SLS그룹에서 술값을 내지는 않았다”고 다소 다른 해명을 했다.
박 전 차관은 또 지난달 30일에는 “당시 대한항공 일본법인 인사가 술값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2009년 5월 21일 일본 닛케이 포럼에 참석하는 한승수 전 국무총리를 수행해 출장을 갔을 때 다음 날인 22일 십년지기인 대한항공 일본법인장이 시간이 되면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선약이 있어서 저녁식사 뒤 오픈 된(사방이 트인) 선술집에서 모임을 가졌고 지인과 SLS그룹 일본 법인장 권모 씨 등 모두 4명이 만났다”고 설명했다. 박 전 차관은 “권 씨는 삼성물산에서 영입된 사람이라고 소개받았다”고 덧붙였다.
박 전 차관에 따르면 당시 술자리는 간단하게 끝났다. 그는 “다음 날 일본 민주당 의원들과 조찬모임이 있어서 간단하게 마시고 헤어졌다”며 “(지인인) 대한항공 일본법인장이 계산하는 것을 직접 봤고 대한항공 도쿄법인에 당시 결제한 영수증도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그 영수증을 보내오면 의혹이 풀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박 전 차관은 “선술집에서 400만∼500만 원의 술값이 나올리도 없지 않느냐”며 이 회장의 폭로 내용을 다시 부인했다. 또 “내 추측으로는 (SLS그룹 일본) 법인장이 다른 일로 술을 마신 뒤 (나를) 접대한 것처럼 회사에 보고하지 않았겠느냐”고 주장했다.
○ 대한항공의 엇갈린 설명
대한항공은 “박 전 차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2009년 박 전 차관의 일본 출장 당시 대한항공 일본지역 본부장을 지낸 A 씨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전 차관과 이 회장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며 “박 전 차관은 전혀 모르고 SLS그룹도 이번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A 씨는 2008년 1월∼2010년 12월 대한항공 일본지역 본부장을 지냈다. 대한항공 측은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시 박 전 차관과의 술자리에서 대한항공의 ‘일본법인장’이 술값을 냈다고 하는데 일본법인장은 존재하지도 않는 직책”이라며 “별도 법인이 아니라 지사 개념이기 때문에 ‘일본지역 본부장’이 총괄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측에서 술값을 낸 사실을 부인하자 박 전 차관은 “(술값을 낸 사람은) (대한항공에서 재직하다) 지금은 퇴직한 분으로 법인장급 인사였다”며 “증거자료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내일(3일)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걸 밝히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한항공 본사 고위 임원은 “박 전 차관이 술값을 계산했다고 거론한 인물은 당시에도 대한항공 임직원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박 전 차관의 해명을 반박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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