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 박원순]위기의 손학규… 빛바랜 취임 1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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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4일 03시 00분


비주류측의 공격 예상… 차기 야권주자 위상 흔들
‘떠밀려 나온’ 박영선 의외의 선전… 도약 발판 마련

야권 통합 경선에서 박원순 변호사에게 고배를 마신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탈락이 확정되자 “시간이 짧았다. 그게 큰 아쉬움이다. 민주당 입장에서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웃음 지으며 말하려 했지만 눈물이 흘렀다. 박 의원은 비록 패했지만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 ‘안철수 돌풍’에 힘입어 박원순 변호사가 정치 무대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당은 패닉 상태였다. 무기력하게 박 변호사에게 야권 후보직을 갖다 바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았다. 그러다 지난달 15일 박 의원이 경선 참여를 선언하고 나서야 당에서는 활기를 띠었다. 한 의원은 “패배는 뼈아플 정도로 아쉽지만 박 변호사와의 격차를 크게 줄인 것은 박 의원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경선에서 얻은 45.57%의 지지율은 박 의원이 대중 정치인으로 거듭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는 의미도 있다. 박 의원이 당내 여러 계파의 고른 지지를 받은 것도 향후 정치 행보에 긍정적인 부분이다.

반면 손학규 대표(사진)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도 못 내면서 “스스로 ‘불임정당’이란 낙인을 찍었다”(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더구나 손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실시가 확정된 직후부터 ‘야권 통합 후보’ ‘원샷 경선’을 거론하고 박 변호사와 접촉했다가 ‘대표가 당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터다. 이날은 손 대표의 대표 취임 1주년(지난해 10·3 전당대회서 당선)이란 점에서 통합 경선 결과는 손 대표에겐 ‘치욕’이나 다름없는 결과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당내 일각에선 벌써부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대안론이 확산되면서 손 대표가 야권의 대표 주자로서 존재감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당장 야권통합 문제만 하더라도 문 이사장이 주도하는 ‘혁신과 통합’ 등 ‘당 밖’의 발언권이 세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일단 손 대표는 박 변호사의 입당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그가 입당해 민주당 간판으로 본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손 대표에겐 ‘차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가 입당한다고 해도 민주당으로선 불완전한 승리인 만큼 손 대표에 대한 비주류 측의 흔들기가 예상된다. 물론 손 대표에게 최악의 상황은 박 변호사가 본선에서 패하는 경우다. 이 경우 책임론에 휩싸이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행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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