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력을 총동원한 제1야당의 후보가 한 달 만에 부상한 시민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 때문에 ‘정당 위기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3일 야권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 후보로 무소속 박원순 변호사가 선출됐다.
이에 따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집권 여당의 최고위원 대 시민운동가 출신 정치 신인’ ‘여성 대 남성’의 대결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여야 대진표가 확정됨에 따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당 후보인 나경원 최고위원 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지원을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나설 경우 박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사실상 ‘양보’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 변호사를 지원할지도 주목된다.
박 변호사는 이날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야권 통합 경선에서 최종 득표율 52.15%를 기록하며 45.57%를 얻은 민주당 박영선 의원을 제치고 서울시장 보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지난달 6일 서울시장 출마의사를 밝힌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범야권의 후보가 된 것이다.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는 2.28%를 얻는 데 그쳤다.
박 변호사는 이날 현장에서 실시된 선거인단 투표(시민참여경선, 40% 반영)에서는 46.31%를 얻어 박 의원(51.08%)에게 뒤졌지만 앞서 이뤄진 TV토론 후 배심원 투표, 일반 여론조사에서 박 의원을 크게 앞섰다. 박 변호사는 TV토론 후 배심원 평가(지난달 30일, 30% 반영)와 일반 여론조사(1∼2일, 30% 반영)에서 각각 54.43%, 57.65%의 지지율을 얻었다. 박 의원은 44.09%와 39.70%를 얻는 데 그쳤다. 박 변호사는 특히 일반 여론조사에서 17.95%포인트나 이겼고, 당초 조직력에서 열세란 전망과 달리 시민참여경선에서 4.77%포인트 뒤지는 데 그쳤다.
박 변호사는 경선 승리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변화를 바라는 서울 시민의 승리”라고 말했다. 민주당 입당 여부에 대해선 “야권 전체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을 거쳐 얼마 남지 않은 후보 등록(6∼7일) 때까지 최종 결정을 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저는 제도권 정치를 넘어서는 새로운 변화와 혁신에 대한 요구도 안고 있다”고 여전히 거리를 뒀다.
한편 야당과 박 변호사 측 캠프는 공동 정책 합의문과 공동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합의문을 채택했다. 박 변호사에게 패한 민주당 박 의원은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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