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S 구명로비’ 申개입 집중추궁… 검찰, 신재민 수사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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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0일 03시 00분


9일 오후 이국철 SLS그룹 회장(맨 왼쪽)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자신이 직접 썼다는 신 전 차관과 관련된 비망록을 공개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9일 오후 이국철 SLS그룹 회장(맨 왼쪽)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자신이 직접 썼다는 신 전 차관과 관련된 비망록을 공개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현 정부 실세들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주장의 진위를 가리기 위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7일 이 회장 측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강제 수사’로 전환한 지 이틀 만인 9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전격 소환조사하면서 ‘속전속결’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강하게 반발한 이 회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검찰에 구속될 경우에 대비해 ‘정권 실세들의 비리 비망록’을 작성해 놓았다고 주장하는 등 폭로 수위를 높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 의혹 실체 조기 규명 위해 전격 소환

검찰이 이날 신 전 차관을 전격적으로 소환조사한 것은 이 회장 폭로 사건의 실체를 빨리 규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 전 차관이 이날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되자 ‘검찰이 이 회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단서를 포착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해명을 듣기 위해 부른 것이 아니라 단서를 근거로 신 전 차관을 추궁하기 위해 소환했다는 것이다. 다만 검찰이 금품수수 단서를 잡았더라도 신 전 차관이 형사처벌을 받으려면 ‘대가성’이 입증돼야 한다. 신 전 차관은 물론이고 이 회장도 “청탁은 없었다”고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어 형사처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이날 신 전 차관을 상대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언론사에 다닐 때 매달 300만∼1000만 원씩 줬고 △이명박 대통령 후보 대선 캠프와 당선자 비서실에 있을 때 최고 1억 원에 이르는 현금과 법인카드를 줬으며 △문화부 차관 재직 때 1000만∼2000만 원을 매달 줬다는 이 회장의 주장이 사실인지 조사했다. 기자 시절이나 2007년 대선 때와 관련된 의혹은 사실일 경우 각각 배임수재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지만 모두 공소시효 5년이 지나 처벌이 어렵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회장이 2009년 창원지검 수사를 받을 당시 구명 로비를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이 시기에 금품과 함께 구명 청탁이 오갔는지 집중 수사하고 있다.

○ 비망록 언급은 이국철의 ‘벌침 쏘기?’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한 자필 비망록.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한국일보 재직 시절 홍보성 기사를 써준 것에 대한 감사 표시로 3000만 원을 줬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한 자필 비망록.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한국일보 재직 시절 홍보성 기사를 써준 것에 대한 감사 표시로 3000만 원을 줬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 회장이 9일 기자회견에서 ‘비망록’을 언급한 것은 검찰 수사에서 자신의 의도를 최대한 관철하기 위한 일종의 ‘압박 전술’로 풀이되고 있다. 검찰의 칼끝이 자신의 주변으로 향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면서 자신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만 수사를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다. 만약 이 회장이 검찰에 구속되는 등 최악의 상황에 몰리게 된다면 ‘나도 죽고 너도 죽는’ 벌침용으로 비망록을 준비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 회장이 “비망록에는 신 전 차관 등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인물의 비리가 담겨 있다”고 주장한 것이 사실일 경우 더 큰 파문을 몰고 올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공개한 내용이 대부분 기존의 주장을 정리한 것이어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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