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델리스파이스 “우리 음악은 갖은 양념 맛?”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7일 10시 07분


●5년 6개월의 공백…마음을 비우기 위해
●다 완성된 음악 엎고 새로 만드는 것 수차례
●델리스파이스에겐 홍대란? '자궁'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 보려하는데도.'

너의 목소리가 들린다던 그들의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 모던 록 밴드 델리스파이스가 5년 6개월 만에 엔진을 가동시켰다. 약 6년만의 컴백임에도 그 엔진은 전혀 녹슬지 않았고 더 활기찼다.

이들의 컴백은 팬들과 방송가에서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9월 29일 음반을 발매하기도 전에 1만 여장에 음반이 선 주문되었고 같은 날 홍대 상상마당에서 열린 쇼케이스의 표는 매진되었고 500여명의 팬들은 이미 음반을 샀음에도 사인을 받기 위해 현장에서 음반을 추가 구입하는 에피소드도 생겼다.

각종 방송, 라디오 섭외로 연습할 시간이 부족할 만큼 이들은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실제 델리스파이스를 만났을 때 라디오 방송을 마치고 돌아온 상태여서 조금은 피곤해 보였지만 이내 밝은 모습을 보여줬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델리스파이스를 만났다.
델리스파이스. 뮤직커밸 제공
델리스파이스. 뮤직커밸 제공

▷꼭 같은 노래만 하란 법 있나? 우린 늘 '오픈 마인드'

이번 7집 앨범 'Open Your Eyes'는 델리스파이스의 전작들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음악활동 전체를 통틀어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로 탄생시킨 앨범이다. 5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토대로 준비한 이 앨범은 100여곡 중 11곡을 선택해 구성된 앨범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신보는 기존의 델리스파이스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전자음을 사용한 첫 곡 '오픈 유어 아이즈'을 들으면 '델리스파이스 곡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가요계에 맛있는 양념 '델리스파이스'가 되고픈 이들에게 이번 앨범은 어떤 맛이냐고 물었더니 한참 고민을 하다 '갖은 양념 맛'이라고 했다.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집대성한 기분이에요. 이번 앨범은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가 다 담겨있어요. 이번엔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이 좀 있는데 오래 활동해서 가능한 거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앨범이 중구난방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우리가 늘 같은 스타일의 음악만 하란 법은 없잖아요? 이번엔 자유롭고 싶었어요. 욕심을 좀 부렸습니다."(윤준호)

그 동안 공연 위주로 활동해 지친측면이 없지 않았던 델리스파이스는 새로운 음악을 담기 위해 마음을 비우기 위해 긴 공백기를 가졌다. 그 만큼 여유를 가지고 앨범작업에 임했지만 공백기동안 음악이 고팠는지 작업을 할 때는 쉬는 시간 없이 앨범 작업에 몰입했다.

"이번 앨범만큼 여유 있게 작업한 적이 없었어요. 예전엔 급하게 앨범을 내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번엔 음악이 완성돼도 맘이 안 들면 다시 작업하고 CD재킷 디자인도 3~4번씩 다시 해봤어요. 그래서 미련이 안 남는 앨범이에요."(김민규)

"새로운 시도라 부담감이 있기도 하지만 음악작업이 그 부담감을 넘는 재미가 있었어요. 망설임도 거부감도 별로 없었고요. 우린 새로운 것을 더 반기는 스타일이에요. '오픈 마인드'가 우리의 장점이죠." (윤준호)

▷95년도 PC 통신으로 만나 새벽 2시까지 전화로 음악 얘기해

15년차 밴드인 델리스파이스는 1995년 PC 통신 하이텔에 유명 헤비메탈 동호회에서 만났다. 김민규는 음악을 하기 위해 구인광고를 올렸고 그 때 만난 사람이 바로 윤준호이다. 첫 인상은 어땠냐고 물어보니 김민규는 "(윤준호) 딱딱해 보여 어려웠다" 고 했고 윤준호는 "(김민규) 곱상했다" 고 말했다.

이들은 음악을 함께 하기 위해 만났지만 처음엔 음악을 같이 듣는 친구로 시작했다. 김민규는 "만나면 서로 한 가득 CD를 안고 바꿔가며 음악을 듣고 밤새 유선 전화로 음악 이야기만 했어요."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남자 둘이 새벽에 전화로 음악 얘기하는 게 조금 이상할 수 있지만 그 때는 음악에 갈급했던 시기였어요. 그 때 접했던 문화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신기했고 우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새로운 트렌드의 음악을 향유하는 모습에 자부심이 생기기도 했어요."(윤준호)

이들은 1997년 홍대에서 델리스파이스 1집을 냈고 2011년 7집 활동을 홍대에서 시작했다. 김민규는 "우리가 밴드를 처음 시작한 곳이 홍대였다. 그렇게 때문에 다시 시작하는 것도 홍대에서 하고 싶어 쇼케이스이자 첫 활동을 홍대에서 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델리스파이스에겐 홍대란 어떤 곳인지 물어봤더니 김민규는 엄마의 '자궁'과 같은 곳이라고 한다.

"10년 동안 출퇴근을 이곳에서 했으니까요. 지금은 홍대도 많이 변화됐지만 이곳에 있으면 왠지 익숙하고 편안해요." (김민규)

"우리 노래 중 '안녕, 비밀의 계곡'이라는 곡이 있어요. 그 가사 말처럼 우리가 15년 전 있었던 홍대는 지금 없지만 저에겐 홍대란 추억이 서린 곳이죠. (윤준호)

▷Open Your Eyes…너, 나, 우리 모두 마음의 문을 열길

방송, 라디오, 공연 등 한참 정신없이 활동하고 있는 델리스파이스는 멀리 있는 꿈보다 지금 당장 닥친 스케줄을 처리하는 것이 큰 바람이라고 한다. 델리스파이스는 현재 '특별한 음악여행'이라는 제목으로 동료 인디밴드들과 지방공연을 하고 있고 오는 23일 GMF(Grand Mint Festival)의 '클럽 미드나잇 선셋 스테이지(올림픽 체조경기장)'의 헤드라이너로 팬들과 만날 예정이며 12월에는 단독 콘서트도 계획돼 있다. 김민규는 "연습할 시간이 부족해 걱정이에요. 이 인터뷰 후에 추후 일정 확인하고 다시 연습하려고요."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을 팬들이 어떻게 들었으면 싶냐 는 질문에 윤준호는 "각자 즐기는 방식으로 들으셨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어떤 팬분이 '이 노래는 이런 뜻이 아닌지'라는 메일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근데 우리가 의도했던 의미는 아니였지만 맞다고 답했어요. 누구든 자유롭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권리가 있잖아요."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델리스파이스는 "우리 앨범 제목이 'Open Your Eyes' 이잖아요. 이번 음반을 통해 우리도, 팬 분들도 음악을 향한 눈과 마음이 열리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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