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음식업중앙회가 대규모 집회를 열고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한 데 이어 주유소와 유흥업 등 다른 업종들도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등 가맹점 수수료를 둘러싼 충돌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신용카드사들이 17일 중소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하 방침을 밝혔지만, 상인들과 자영업자들은 “백화점과 같은 수준으로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적정 수수료율 산정’이라는 본질은 제쳐둔 채 여론몰이 양상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흥음식업중앙회는 다음 달 22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열겠다고 19일 밝혔다. 오호석 유흥음식업중앙회장은 “술집도 일부 지역을 빼면 대부분 생계형이나 마찬가지”라며 “수수료율이 최고 4.5%로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높고 종업원에게 주는 봉사료를 빼면 가맹점이 수수료로 9%를 낸다”고 주장했다. 유흥업계가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엄포한 배경에는 17일 카드사들의 수수료율 인하 대상에 유흥업과 사치업이 포함되지 않는 점이 작용했다. 룸살롱 단란주점 유흥주점 귀금속점 골동품점 전자오락실 안마업 등 유흥 사치업종은 카드사가 밝힌 수수료율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유흥 및 사치업종은 이전에도 수수료율 인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국민 정서상 서민업종이라고 하기 어렵고, 카드깡 우려가 있어 유흥업까지 수수료를 내리는 것은 국민 정서상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대열에는 학원 음식업 숙박업 부동산중개업 마사지 안경 등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회원들도 가세했다. 이들은 다음 달 22일 유흥음식업중앙회 집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오 회장은 “업종 구분은 카드사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전체 가맹점들이 함께 수수료율 일괄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국주유소협회도 20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가맹점들이 일제히 현행 수수료율 수준에 반발하는 데는 그동안 카드사들의 ‘주먹구구식’ 수수료 인하 행태도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카드사들은 지금까지 7차례에 걸쳐 가맹점 수수료율을 내렸지만 제대로 된 분석에 근거하기보다 여론 무마용으로 즉흥적 대응에 그친 측면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수수료 원가의 공개 여부를 떠나 정치권의 요구나 반발 수위에 따라 업종별 수수료를 정하거나 인하해 왔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같은 업종이라도 가맹점주가 직접 카드사를 찾아가 세게 항의하면 수수료율을 내려주기도 한다”며 “(가맹점주들은) 제대로 된 기준 없이 수수료율을 정한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업종별 수수료율에 차이를 두는 기존 체계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카드 고객을 모집할 때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는 게 카드사의 업무”라며 “대손비용을 이유로 업종별로 수수료를 다르게 하고 이를 가맹점에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가맹점들의 집단행동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내년 선거철을 앞두고 정치권이 적극 거들고 나서면서 이성적인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이보우 단국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가맹점 수수료율 문제를 여론 재판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며 “적정 수수료율을 논의하는 협의회 구성 같은 정책적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