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상인들에게 높은 수수료율을 매겨 비난을 받아온 신용카드사들이 전방위적인 수수료율 인하 압력에 대해 “경제논리에 맞지 않는, 포퓰리즘적 수수료 인하 요구까지 수용할 수는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여당이 수수료율을 매출 규모나 업종별로 차등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발끈했다.
신한 롯데 삼성 현대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은 중소 가맹점 범위를 연매출 2억 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이들 가맹점에 적용하는 수수료율을 현행 2.0∼2.15%에서 1.6∼1.8%로 내리기로 했는데도 추가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중소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올해 순이익이 2000억 원 가까이 줄어드는 판에 한나라당이 발의한 법안대로 모든 업종에 같은 수수료율을 매기면 적자를 낼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카드사들은 일단 현행 카드결제 시스템을 근거로 정치권을 설득하기로 했다. 현재 소비자가 동네 슈퍼나 미장원 같은 중소가맹점에서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는 2%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1만 원어치를 카드로 결제할 때 받는 수수료 200원 중 150원은 카드결제대행 서비스를 하는 밴(VAN) 사업자에게 지급한다. 나머지 50원으로 전표 용지 대금, 가맹점 관리비, 인건비 등을 충당하고 나면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것. 백화점이나 고급음식점 등에는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해도 건당 결제금액이 커 수익이 나지만 중소가맹점에 같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건당 결제금액이 최소한 1만2000원 이상은 돼야 역마진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발의한 법안처럼 가맹점 수수료율을 모든 업종에 1.5%로 동일하게 적용하면 카드사의 재무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형 카드사의 재무담당 임원은 “적자를 감수하면서 중소상인에게 1.8% 이하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기로 한 건데 이런 노력을 무시하고 무조건 더 내리라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수수료율 문제가 선거철을 앞두고 정치권이 적극 개입해 포퓰리즘으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카드사들은 13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자율적으로 수수료에 대한 답을 내야 한다”는 발언을 정부가 시장에 강력하게 개입하겠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한 카드사 마케팅 담당자는 “경제논리가 무시되고 정치논리만 남은 것 같다”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또 얼마나 내리라고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전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도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카드사를 젖소목장에 빗대 “우유판매(가맹점 수수료)는 적자라서 정작 소 사고파는 일(대출사업)이 주업이 됐는데 소 장사로 돈을 버니 우유 값을 더 낮추란다”며 최근 카드업계의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 수익 7조2000억 원 가운데 각종 비용을 빼고도 수수료 순이익이 1조 원에 이르므로 이 중 일부를 중소상인들을 위해 사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가 어떤 방향을 정해두고 카드사들을 몰아붙일 생각은 없다”면서도 “다만 (카드업계는) 협상력이 약한 중소상인들이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는 사회적 요구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이 밴 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결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 고정비용을 줄이거나 현행 건당 150원인 결제대행서비스료를 줄여 수수료율 부담을 낮추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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