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루 쪽 롯데 응원석에선 연방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울려 퍼졌다. 노래 가사처럼 롯데가 부산으로 돌아간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주인공은 연안부두를 떠나 부산항에서 가려지게 됐다.
롯데가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SK를 2-0으로 꺾고 2승 2패를 만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플레이오프는 3년 연속 최종 5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이어갔다.
롯데 양승호 감독의 투수 교체가 제대로 들어맞았다. 전날 0-3으로 진 뒤 취재진에 “부산까지 가게 해서 미안하다”며 여유를 보였던 그였다.
양 팀 선발은 모두 잘 던졌다. 특히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6과 3분의 2이닝을 6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신데렐라가 된 윤희상은 4회까지 삼진 6개를 솎아내며 롯데 타선을 잠재웠다. 부첵 역시 4회 1사까지 볼넷 2개, 안타 2개만 내주고 무실점을 이어갔다.
그러나 양 감독은 부첵이 최정에게 볼넷을 내주자 곧바로 장원준을 투입했다. 투구 수는 44개에 불과했지만 공에 힘이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장원준은 SK 4번 타자 박정권을 상대로 병살타를 유도해 순식간에 이닝을 마쳤다. 작전 대성공. 장원준은 삼진 5개를 솎아내며 4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뒤 8회 1사에서 물러났다.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4경기에 등판해 1패만 기록했던 장원준은 5경기 만에 첫 승을 챙기며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뽑히는 행운까지 누렸다.
반면 잘 던지던 윤희상은 5회 2사 2루에서 손아섭에게 적시타를 맞고 결승점을 내줘 패전 투수가 됐다. 1차전 9회 1사 만루에서 병살타로 물러나 연장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던 손아섭은 4차전 결승타로 마음의 부담을 덜었다.
1점 차 살얼음 승부는 오래가지 않았다. 앞선 타석에서 뜬공, 땅볼로 고개를 숙였던 롯데 이대호는 6회 선두 타자로 나와 바뀐 투수 이영욱의 3구째 시속 107km 커브를 끌어 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플레이오프 부진을 단번에 날려버리는 쐐기 홈런이자 17타석 만의 대포였다. 롯데 홍성흔은 안타 2개를 보태며 플레이오프 통산 최다 안타 신기록(39개)이자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 타이(81개)를 기록했다.
SK는 9회 롯데 마무리 김사율을 상대로 2사 1, 2루의 마지막 기회를 얻었지만 박정권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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