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호흡기 질환에 걸린 환자가 늘고 있다. 환자들은 주로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노인들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주 5세 이하 유아들이 자주 감염되는 RS바이러스(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주의보를 내렸다.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박무석 교수는 “심한 기온차로 호흡기점막 방어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며 “환자 가족들도 감기뿐만 아니라 급성 기관지염, 후두염과 폐렴 등 호흡기 질환 대처법을 미리 익혀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3주일 빨리 발령된 바이러스 주의보
RS바이러스는 주로 늦가을부터 이듬해 초봄까지 발생하는 대표적인 겨울철 유행 바이러스 중 하나다. 그런데 올해 이 바이러스에 대한 주의보는 예년보다 3주 빨랐다. 질병관리본부가 ‘인플루엔자 및 호흡기바이러스 실험실 감시사업’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9월 25일부터 10월 15일 사이에 RS바이러스의 검출률이 각각 8.7%와 15.4%로 유행 위험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 중 98%는 5세 이하 영유아다. 그중에서도 1세 미만의 영아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였다. 어린이집 등 집단생활을 하는 아기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감염 확률이 높다. 반면 건강한 어른들은 이 바이러스에 걸려도 가볍게 이겨낼 수 있다.
영유아들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폐렴, 모세기관지염 등 기도 아랫부분의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모세기관지염이 발생한 경우 이후 천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
모세기관지염은 기도와 허파꽈리로 이어지는 가느다란 기관지 가지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기관지천식이나 습진, 다른 알레르기성 질환을 가진 어린이들은 모세기관지염에 더 잘 걸린다. 많은 부모가 모세기관지염을 감기로 혼동하기 쉬운데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의 호흡수가 빠르고 호흡 때마다 가르랑거리며 가슴에서는 ‘쌕쌕’ 소리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RS바이러스는 부엌 조리대나 장난감, 수건, 담요나 이불, 사용한 휴지 등에 쉽게 침투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보건 당국은 △아기를 만지기 전에 반드시 손을 닦을 것 △감기에 걸린 사람들과 아기가 접촉하지 않도록 할 것 △아기의 장난감과 이불을 자주 빨 것 등 예방수칙을 지킬 것을 당부했다.
○ 세균에도 약한 인두와 후두
목점막이 찬 공기에 의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나 세균이 번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럴 때 급성 인두염과 후두염이 자주 발생한다.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동수 교수는 “급성 인두염의 경우 3세 이하의 소아에게서는 바이러스가 주된 원인이며, 5∼10세의 어린이는 연쇄구균(세균)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에 의한 인두염은 보통 발열 권태감 식욕감퇴 인두통으로 시작해 목이 쉬고 기침 비염 결막염 등이 동반된다. 연쇄구균에 의한 세균성 인두염은 두통 복통 구토로 갑자기 시작해 고열을 동반하며 발열은 1∼4일간 지속된다. 환자의 3분의 1은 편도의 비대와 함께 목구멍에 발적이 생기기도 한다.
바이러스성인 인두통이 있을 때는 소염 진통제를 사용하거나 따뜻한 소금물로 가글하면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연쇄구균에 의한 인두염은 편도 주위에 농양과 중이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항균제 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성대 주변의 염증으로 목구멍 뒤쪽이 따끔거리는 후두염에 걸리면 음식물을 삼키기 어렵고 미열이 나기도 한다. 바이러스성 후두염은 2주일 정도 지나면 저절로 회복되기도 하지만 세균성 후두염은 의사의 처방을 받고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완치할 수 있다.
인두염과 후두염에 걸렸을 때는 큰소리를 내지 않고 목구멍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가습기로 습도를 조절하고 증기욕을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 감기 뒤엔 폐렴에 주의
유행성 감기나 독감 등을 앓은 뒤에는 폐렴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폐렴은 폐 조직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으로 주로 3세 이하의 아기들과 65세 이상 노인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세균과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주요 원인으로 소아들은 유행성 감기나 독감 등을 앓은 뒤 2차적으로 폐렴에 걸리기 쉽다.
발열과 기침 등 초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지만 고열에 시달리며 호흡곤란이 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어린이들이 1분에 호흡수가 50회 이상이 되고 숨 쉴 때마다 코를 벌름거리며 얼굴과 입술, 손끝, 발끝이 새파랗게 질리면서 창백해지는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때에 따라 구토나 설사, 경련이 오기도 하고 탈수 증세에 빠지기도 한다.
폐렴에 걸리면 입원 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병원에선 항생제와 진해제, 진정제 등으로 치료하며 보통 2주가 지나면 퇴원할 수 있다.
폐렴을 예방하려면 예방접종 주사를 맞거나 감기 등을 앓은 뒤 폐렴의 발병 여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환절기에는 실내 온도를 18∼22도로 유지하고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균형 잡힌 영양 섭취로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 호흡기 질환을 피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또 “가을 햇빛은 비타민D 생성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쐬는 것이 좋고, 마늘 토마토 녹차 시금치 견과류 등 면역 체제를 튼튼하게 해주는 식품도 많이 섭취하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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