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11'(이하 GMF)이 벌써 다섯 살이 됐다. 23~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GMF에는 이적, 윤종신, 자우림, 넬, 델리스파이스, 노리플라이 등 60팀의 쟁쟁한 아티스트가 참여해 관객들과 한바탕 신명나는 축제를 벌였다.
GMF는 인디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매년 가을이면 손꼽아 기다리는 음악 축제로 자리 잡았다.
객석에서 서서 보거나 앉아서 보는 다른 공연과는 달리, GMF는 관객들이 여러 무대를 돌아다니며 본다는 특징이 있다.
올해도 민트브리즈스테이지(잔디밭 메인무대), 카페블로섬하우스(잔디밭 보조무대), 클럽미드나잇선셋(체조경기장), 숲러빙포레스트가든스테이지(수변무대), 다음버스킹인더파크(오픈무대)까지 총 5개의 무대에서 공연이 진행됐다.
관객들은 입장 때 각 무대의 시간대별 공연과 아티스트들이 안내된 시간표를 받는다. 원하는 아티스트가 나오는 시간에 맞춰 해당 무대로 이동해 공연을 관람하면 된다.
인디듀오 10cm가 메인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MBC ‘무한도전-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다. 사진제공=민트페이퍼
▶GMF, 열기는 점점 뜨거워지지만…
5년 새 GMF의 규모도 성장했다. 올해 GMF를 찾은 관객 수는 4만 5000명. 지난해 보다 10% 이상 늘었다. '야외에서 돗자리 깔고 음악을 즐기는 편안한 축제'라는 GMF의 당초 콘셉트는 오래된 말이다. 그러기엔 사람이 너무 많다.
암표 역시 높아진 관심도와 인기를 반증한다. 지난 8월 두 차례에 걸친 공식 티켓 오픈은 모두 금방 매진됐고, 온라인상에서도 웃돈을 얹은 암표가 거래됐다.
현장에서도 암표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구에서 온 이 모 씨는 친구와 암표를 사기 위해 한 중년 남성에게 접근했다가 '욕'만 먹었다.
그는 현장구매가 13만 원인 2일 권을 10만 원에 판다는 말에 솔깃했지만, 이내 초대권임을 알고 등을 돌렸다. 그러자 암표상은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사례는 관객들의 신고 및 자체 단속만으로도 10건이 넘었다.
주최 측인 민트페이퍼 홍보팀에서는 "암표는 매년 문제되고 있다. 특히 올해 빨리 매진되다보니 암표가 더욱 성행했다. 관객들은 예매처를 이용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늘어나는 관객을 수용하기 위해 스테이지를 하나 더 개설할 예정이다. 이번에 계획됐지만 안정적인 진행을 위해 잠시 보류했다"라고 덧붙였다.
축제를 즐기는 관객들. 사진제공=민트페이퍼 ▶'난이도 상' 수변무대, 진짜 5분이면 돼?
다음은 실제 현장에서 나눠준 안내 문구와 기자가 살펴본 현장 풍경이다.
1. 스테이지 간 최대 이동 거리는 5분 내외입니다.
대개 아티스트들의 공연 사이에는 약 30~40분의 간격이 있다. 무대 및 악기 세팅을 위한 준비 시간이다. 관객들은 다음 공연을 기다리거나, 다른 공연장으로 이동해 비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공연장 간 거리는, 주최 측에서 말한 대로 도보로 5분이 맞다. 그런데 실제 이동시간은 20분에서 길게는 무한정이다.
5개의 무대 별로 각각 입구가 따로 있어 매번 입장권 검사를 한다. 당연히 인기 아티스트의 공연으로 관객이 몰리면 입장이 지체된다. 낭만적인 음악들이 몰려있는 수변무대의 경우, 대부분의 시간 동안 관객이 꽉 차 입장이 불가능했다.
☞처방: 놓칠 수 없는 뮤지션이 있다면 1시간 먼저 갈 것을 추천한다. 수용인원이 1500명인 수변무대는 입장과 동시에 뛰어 들어가서 나오지 마라. 차라리 큰 테두리를 쳐서 티켓 검사는 한 번만 하고, 내부에서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홍보팀에서는 "올림픽공원에서 행사가 열리는 이상 어쩔 수 없다.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
2. 자리 맡기는 금지되어 있으며, 돗자리는 피크닉 존에서만 이용 가능합니다.
관객들, 돗자리를 편다. 무대 앞이고, 스탠딩 존이고 힘드니까 펴고 앉는다. 어차피 자리 맡아 놓고 다른 데 갈 수도 없으니 배짱이다. 정장차림의 현장관리자 '형님'들이 이를 단속한다. 안전이 최우선이니, 40분에서 길게는 1시간에 이르는 대기 시간 내내 서 있으라는 소리다. 몇몇 관람객들은 "유동성 있는 운영"을 외치며 관리자들과 감정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처방: 도어오픈과 동시에 움직여라. 아니면 아티스트 얼굴 보는 건 포기하고 뒤에서 노래만 들어라. 얼굴 안 보고 음악만 들을 요량이라면 몸은 편안하다. 단 내가 지금 축제에 온 건지, CD를 듣는 건지 헷갈릴 수 있다. 수변무대는 어쩔 수 없지만 다행히 체조경기장과 메인무대의 스탠딩석은 넓고, 인원도 유동적이다. 라인업을 잘 살펴보고 사람들이 덜 몰릴 아티스트나 무대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3. 재활용기에 담김 음식물 외에는 반입이 불가능합니다.(병/캔, 외부 음식물 반입 불가)
원칙적으론 와인과 캔은 반입불가지만 가방에 넣어 오면 잡을 길이 없다. 와인을 병째 마시는 여인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을 정도. 분리수거 통 옆엔 '세계 맥주점' 수준으로 다양한 캔들이 쌓여있다. 김밥, 초밥 등의 도시락이나 피자, 치킨 등 음식들을 싸오는 사람도 많다. 백미는 윤종신의 음악을 들으며 포장해온 닭발을 먹는 커플이었다.
☞처방: 음식 판매 부스를 늘려 달라. 떡볶이, 맥주, 케밥, 소시지 등 식음료를 파는 부대시설이 있지만, 대기 시간은 30~40분. 맥주를 파는 치킨 판매점과 오코노미야키 판매점은 유난히 줄이 길었다. 규칙을 어기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밖에. 아니면 부산 사직야구장처럼 쓰레기봉투를 나눠줘도 좋을 것 같다.
민트페이퍼 측은 "이 규칙이 있어 매년 쓰레기 양이 줄고 있다. 아티스트가 직접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기도 한다. 완전하게 지켜지지는 않지만,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수변무대의 관객들이 토마스쿡의 공연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제공=민트페이퍼 ▶그래도 즐거운 축제, 이적은 빗속 공연-페퍼톤스 신곡 발표
23일 오픈 1시간이 지난 오후 1시, 이미 피크닉 존은 부지런한 관객들로 가득 채워졌다. 세렝게티는 래퍼 버벌진트와 협동 공연을 펼쳤으며, 페스티벌 레이디로 선정된 모델 장윤주는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며 신곡을 들려주기도 했다.
또한, 최근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 중인 자우림은 "정적인 음악을 부르다 이곳에 오니 고향에 온 것 같다"며 기존의 히트곡들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5년 연속 GMF 참여 중인 페퍼톤스는 4집 앨범 공개에 앞서 신곡 2곡을 미리 발표했다. 처음으로 GMF에 초대받은 윤종신은 기온이 뚝 떨어진 가을밤에 자신의 노래 '팥빙수'를 율동(?)과 함께 선보이는 등 즐거운 무대를 꾸몄다.
24일도 흥미로웠다. '홍대에서 제일 잘 노는 밴드' 국카스텐은 "민트해지고 싶다"며 어쿠스틱 공연을 선언, 팬들을 당황시켰다. 그러나 뒤를 이어 등장한 칵스, 데이브레이크 등은 체육관을 '폭발'시켰다.
스탠딩석의 열광과 '떼창'에 멀리 떨어진 관중석의 바닥이 앞뒤로 흔들렸다. 칵스의 게스트로 나선 모델 한혜진은 전신 시스루복장과 의외의 리듬감으로 객석의 광기를 이끌어냈다. 이와 대조적으로 잔디밭과 수변공원에서는 옥상달빛, 어반자카파, 스윗소로우, 이한철과 엑기스 등이 보다 차분한 화음을 들려줬다. 각 무대의 헤드라이너인 이적과 델리스파이스, 언니네이발관은 내리는 빗속에서 팬들과 함께 호흡했다.
오픈 스테이지인 버스킹인더파크에는 톡톡 튀는 개성의 신인 밴드들의 공연이 펼쳐졌다. 이 외에도 신개념 디제잉을 선보이는 고스트 댄싱, 열기구 탑승, 마칭밴드 등 각종 부대 이벤트도 다양하게 꾸며졌다.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 오·감·만·족 O₂플러스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플러스!(news.donga.com/O2) 스마트폰 앱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