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을 감사하라고 뽑은 ‘시민감사관’이 엉뚱하게도 공공사업의 이권에 개입한 의혹이 제기됐다. 정상적으로 진행 중인 100억 원 규모의 정부 조달사업에 특정 회사의 제품을 도입하라고 압력을 행사해 해당 사업이 중단됐다는 것이다.
28일 본보가 복수의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 시민감사관 A 씨는 지난해 11월 평소 친분이 있던 서울시교육의원 B 씨를 통해 당시 서울시교육청에서 추진하던 30억 원 규모의 정보화 프로젝트 사업자 선정 과정에 개입했다. 해당 사업은 정상적인 정부 조달 절차에 따라 계약 직전 단계인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작업까지 끝난 상태였다.
그러나 A 씨는 B 씨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내 대표적 보안회사인 C기업의 장비를 대신 도입하라고 교육청에 요청했다. 당시 D기업에 재직 중이던 A 씨는 C기업의 장비 영업을 하면서 경기도교육청에서 주민예산참여 자문위원을 맡고 있었다. 주민예산참여 자문위원은 시민감사관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A 씨는 올해 5월 서울시교육청 시민감사관 직도 추가로 맡았다.
당시 A 씨가 언급한 C기업 장비는 정부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인증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결국 C기업의 장비도 선택되지 못하고 해당 사업이 중단됐다. 이 사업은 총 100억 원 규모로 서울시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인터넷 통신망을 개선하는 사업 가운데 일부였다. A 씨로 인해 사업 전체가 무기한 연기됐다.
A 씨는 지난해 11월에는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던 정보화사업에 자신과 관련이 있는 장비를 직접 제안하기도 했다. 해당 장비의 설명서에는 A 씨가 재직 중인 D기업의 로고가 찍혀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교육청 산하기관이 추진 중인 사업에도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업은 정식 발주 공고가 나간 이후 A 씨가 ‘제품 구성’이 문제라고 해 취소됐다. 정부 발주사업은 본공고에 앞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게 돼 있으나 조달 절차의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A 씨는 “과거에 C기업의 장비 영업을 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사활동을 하는 데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잘못”이라며 “교육청 공무원들이 기술적인 전문지식이 부족해 도와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밝혀드립니다]본보 2011년 10월 29일자
본보 2011년 10월 29일자 ‘교육청 감시할 시민감사관 “특정제품 도입하라” 압력’이란 제하의 기사와 관련하여 서울시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시민감사관 A 씨와 서울시 교육위원 B 씨가 교육청에 정보화 프로젝트 사업자 선정과 관련하여 C기업의 장비를 대신 도입하라고 요청한 사실은 없고, 위 사업자 선정 당시 A 씨는 시민감사관이 아니었음이 밝혀졌기에 이를 바로잡습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정보화 프로젝트 사업의 중단이 사업추진 타당성 검토 결과에 의한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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