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눈 쌓인 험난한 산 위에서 함께 울었던 사이였다. 2009년 5월 20일 오후 6시 15분. 14시간이 넘게 목숨을 걸고 올라간 산 위에서 그들은 기쁘고도 서러워 울었다. 히말라야에서 최고로 험난하다는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함께 올라 코리안 루트를 개척한 박영석 대장과 신동민 강기석 대원 및 진재창 부대장. 이 벽에서 이미 4명의 선후배를 잃었던 서러움의, 그럼에도 기어코 올랐다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박 대장은 여러 차례 이 벽에 도전했다가 후배 4명을 잃은 뒤에 정상에 섰다.
그들의 운명은 그 뒤에 바뀌었다. 4명 중 박 대장과 신, 강 대원은 이번 안나푸르나 남벽 등반 도중 실종됐다. 산악구조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진 부대장은 이들을 구하기 위해 한국에서 급파됐으나 그들을 찾지 못했다.
신 대원은 박 대장의 뒤를 이을 한국 산악계의 차세대 주자였다. 185cm의 키에 74kg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그는 별명이 ‘괴력의 사나이’였다. 에베레스트 남서벽을 오를 때 모두가 지친 상태에서 마지막 고비가 되었던 최후의 절벽에 먼저 올라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 준 것도 그였다. 조리사 출신인 그는 음식 담당이기도 했다. 50가지 이상의 반찬과 음식을 준비해 산상의 호화로운 음식으로 대원들의 건강을 챙겨주었다. 2001년 네팔 푸모리 등반 때 산 위에 자신을 응원하러 찾아온 열 살 연상의 여성 산악인 조순희 씨(47)를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산악인의 마음을 아는 부인은 산에 가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준비를 철저히 하라는 당부를 하곤 했다. 신 대원은 부인과 아들 호준 군(8)을 남기고 산의 품에 안겼다.
미혼인 강 대원은 등반기술이 좋은 테크니션으로 알려졌다. 신 대원과 함께 2007년부터 박 대장을 따랐다. 33세인 그는 박 대장을 따라 에베레스트 남서벽 공격조로 나서는 등 자신의 등반기술과 경험을 익혀가는 중이었다. 박 대장이 계획했던 히말라야 8000m급 14좌에 모두 새로운 루트를 내는 과정에서 세계적인 등반가로 성장할 기회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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