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들의 가족은 의연했다. 안나푸르나 남벽에서 실종된 박영석 대장(48)과 강기석(33), 신동민 대원(37)을 찾는 작업이 중단되면서 나라 전체가 충격과 슬픔에 빠졌지만 그들의 가족은 차분히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박 대장의 가족은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자택에 머물렀다. 부인 홍경희 씨(48)는 18일 원정대의 실종 소식이 전해진 뒤 충격에 빠져 며칠간 식음을 전폐했다. 그러나 수색 중단 소식이 전해진 뒤에는 오히려 주변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30일 오후 3시경 홍 씨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찾아온 지인들과 만나 양손을 잡고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미소를 지었다. 홍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아직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홍 씨를 만난 지인들도 “가족들이 의연하게 대처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다만 걱정되는 것은 연로한 박 대장의 어머니”라고 말했다. 박 대장의 어머니도 실종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원의 매형도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석이가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드시 살아서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가족들은 강 대원의 고향인 경북 안동의 한 절에서 머무르며 ‘1만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돌부처 앞에서 기도를 올렸다. 강 대원의 어머니는 자궁암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지만 병세가 호전되지 않아 위독한 상태다. 강 대원은 어머니의 건강을 우려해 안나푸르나 등정도 비밀에 부쳤다. 어머니는 강 대원의 실종 소식을 듣고 상태가 더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누나 윤정 씨(36)는 “산사람은 산에서 죽는 것이니 이해한다”면서도 “시신이라도 찾아서 돌아왔으면 좋겠다. 어머니가 아들을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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