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사나이들 안나푸르나에 잠들다]“어머니는 아직도 아들을 기다리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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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가족들 충격

경북 안동시청 옆에 강기석 대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안동시 제공
경북 안동시청 옆에 강기석 대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안동시 제공
산악인들의 가족은 의연했다. 안나푸르나 남벽에서 실종된 박영석 대장(48)과 강기석(33), 신동민 대원(37)을 찾는 작업이 중단되면서 나라 전체가 충격과 슬픔에 빠졌지만 그들의 가족은 차분히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박 대장의 가족은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자택에 머물렀다. 부인 홍경희 씨(48)는 18일 원정대의 실종 소식이 전해진 뒤 충격에 빠져 며칠간 식음을 전폐했다. 그러나 수색 중단 소식이 전해진 뒤에는 오히려 주변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30일 오후 3시경 홍 씨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찾아온 지인들과 만나 양손을 잡고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미소를 지었다. 홍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아직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홍 씨를 만난 지인들도 “가족들이 의연하게 대처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다만 걱정되는 것은 연로한 박 대장의 어머니”라고 말했다. 박 대장의 어머니도 실종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원의 매형도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석이가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드시 살아서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가족들은 강 대원의 고향인 경북 안동의 한 절에서 머무르며 ‘1만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돌부처 앞에서 기도를 올렸다. 강 대원의 어머니는 자궁암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지만 병세가 호전되지 않아 위독한 상태다. 강 대원은 어머니의 건강을 우려해 안나푸르나 등정도 비밀에 부쳤다. 어머니는 강 대원의 실종 소식을 듣고 상태가 더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누나 윤정 씨(36)는 “산사람은 산에서 죽는 것이니 이해한다”면서도 “시신이라도 찾아서 돌아왔으면 좋겠다. 어머니가 아들을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며 울먹였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안동=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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