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 어려워지자 희생양 만들기” 대학들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일부 사례 확대-과장해 비리 온상 매도” 격앙…
“일단 소나기만 피하자” 다른 대학 눈치보기도

감사원의 등록금 감사 결과에 대해 서울의 주요 사립대는 “사립대 압박을 위한 정치적 발표”라며 반발했다. 대부분 등록금 인하 효과도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들은 먼저 정부가 반값 등록금 공약을 지키기 어렵게 되자 일부 재단의 비리를 부각해 전체 대학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비판했다.

“등록금을 낮추자는 취지로 시작한 감사인데 발표에는 비리, 부정 등의 표현만 가득하다.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하는데 문제점만 잔뜩 지적해 허탈하다.”(A대 관계자)

“감사원 발표만 놓고 보면 대학은 엄청난 비리의 온상으로 비친다. 일부 대학의 사례가 확대, 과장됐을 뿐 대부분 대학은 등록금을 남기기 위해 회계를 조작하지 않는다.”(B대 관계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7일 오후 2시 숙명여대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고 대학들의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낼 계획이다.

서울시가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는 데 이어 감사원 발표를 계기로 ‘반값 등록금’ 논란은 다시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사립대들은 “서울시립대는 특별한 경우”라며 선을 그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3일 감사원 자료를 대학 구조조정 및 등록금 정책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의 예산 편성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등록금 인상을 통제하는 장치를 마련하라는 감사원의 요구를 적극 수용할 계획.

그러나 실제 등록금 인하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원은 대학의 예·결산 차액으로 등록금 부담이 늘었지만 이 자체를 ‘부당 인상액’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인마다 수익구조와 환경이 모두 다른 데다 차액의 상당 부분은 미래 투자를 위한 적립금으로 남은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대학에서는 “적정 등록금 수준을 밝히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사원이 인정한 셈”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교과부는 내년도 목표를 5% 인하로 잡고 주요 사립대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들은 “인하는 불가능하다”고 버티는 중이다. C대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적립금이 거의 없다. 일부 적립금은 용도가 지정된 기부금이 대부분”이라며 “5%를 인하하려면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투자를 대거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당근’으로 제시하는 국가장학금 지원에 대해서도 대부분 대학은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회의적이다. D대 기획처장은 “교과부 내에서도 내년 사업 지속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일단 소나기만 피하자는 심경으로 다른 대학들 눈치만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교과부 김응권 대학지원실장은 “감사 결과를 갖고 등록금이 얼마나 내려갈 것이라고 예단하긴 어렵다”면서도 “예·결산 차액 관리 감독 강화 등 제도개선을 통해 일부 인하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sorimoa@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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