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모 대학 이사장 A 씨는 아내, 아들과 함께 학교법인 3개를 설립해 4년제 대학 1곳과 2년제 대학 1곳, 고교 2곳을 운영하고 있다. 2년제 대학과 고교 2곳은 A 씨가 이사장, 4년제 대학은 A 씨의 아내가 이사장이고 아들이 총장이다. 이 4개 학교의 자금은 A 씨 일가의 쌈짓돈이나 마찬가지였다.
A 씨는 지난해 7월 4년제 대학의 교비 65억7000만 원을 빼돌렸다. 이 중 18억5000만 원으로는 서울에 아내 명의로 주상복합아파트 2채를 구입했다. 22억5000만 원은 과거에 2년제 대학에서 횡령했던 돈을 갚고, 15억5000만 원은 고교에서 빼돌린 돈을 상환했다. 2008년에도 4년제 대학 자금 33억 원을 빼돌려 서울에 아파트 2채를 사고, 2년제 대학 횡령금을 갚았다. ‘횡령금 돌려막기’를 한 것이다. 자신이 설립한 건설사에 시설공사를 몰아주는 수법으로 40억 원을 챙기기도 했다. 이렇게 A 씨 일가가 학교에서 빼돌린 돈은 160억 원에 달한다.
감사원이 3일 공개한 대학 재정운용 실태 감사 결과 대학의 이사장부터 직원까지 너나없이 대학 돈을 자기 돈처럼 쓴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의 비리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교육과학기술부 간부까지 금품을 받아 챙겼다. ○ 학생복지 예산 줄여 교원수당 인상
대학의 이사장과 총장들이 대학에서 돈을 빼낸 경우가 다수 적발됐다.
서울 B대학 이사장 일가는 관할 기관의 허가 없이 교육시설을 유료 노인요양시설로 용도를 변경해 운영수익금 32억 원을 빼돌렸다. 또 교비에서 이사장 업무추진비 1억9000만 원, 캠핑카 구입에 1억8000만 원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C대학의 이사장은 교수로 재직하던 아내가 동문회비 횡령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자 대학의 규정을 고쳐 연봉 8800만 원의 대학 부속기관장으로 임명했다.
D국립대 총장은 총장 선거 공약을 이행한다며 2009년 정부의 인건비 동결 방침을 어기고 교직원 수당을 인상해 11억 원을 지급했고, 지난해에는 학생복지 예산을 줄여 교원수당을 인상했다. E대학 총장은 총장 당선 이후 진료를 하지 않았는데도 9000만 원의 진료수당을 받아 챙겼다. ○ 윗물만큼 흐린 아랫물
교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방 F대학의 교수는 2007년부터 정부와 기업에서 받은 연구비 29억 원 중 연구원에게 지급해야 할 4억 원을 빼돌려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
교직원들도 한몫했다. 지방 G대학 산학협력단 산학연구행정팀장은 기업체에서 받은 연구비 30억 원을 동생 명의의 계좌로 빼돌려 주식투자 대금 등에 사용했다. 이 밖에도 13개 대학 직원 20여 명이 18억 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H대학의 배구부, 농구부, 축구부 감독은 교비에서 지급된 훈련보조금 중 각각 4억 원, 8000만 원, 4000만 원을 빼돌렸다.
감독기관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소속 모 국장은 지방 국립대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직원들로부터 승진 청탁과 함께 400만 원을 받고 직원들과 상습 도박판을 벌여 1년간 1500만 원을 땄다. 같은 대학 사무관은 2400만 원 상당의 승용차를 시설 담당 업체에서 제공받았다.
감사원은 “이런 탈법과 비리는 대학 자율성의 근간이 돼야 할 대학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훼손한다”며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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