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그에게서 '수컷 냄새'가 난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만난 그는 '바게트 빵'을 닮았다.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말랑말랑 부드러운 남자, 바로 배우 김영호(44)이다.
요사이 김영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지난달 29일에는 창작뮤지컬인 '드림헤어'에서 남자주인공으로 열연했고 17일 개봉예정인 영화 '완벽한 파트너'를 찍기도 했다. 게다가 MBC '우리들의 일밤-바람에 실려'에 출연해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김영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인터뷰 때 만난 김영호는 멋진 검정 슈트를 입고 있었다. 183cm의 훤칠한 키에 격투기 선수 추성훈이 연상되는 몸집인 그는 정말 '남자' 냄새가 풀풀 났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 장소로 향하는 중 박자를 타며 계속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고, 사진을 찍을 때 감정을 잡아서일까 살짝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김현정, 예쁜 줄만 알았는데…보통이 아니더라
김영호는 '드림헤어'에서 '부쩍 예뻐진' 가수 김현정과 함께 주인공인 제임스 역으로 열연했다. 뮤지컬 '드림헤어'는 우리나라 미용 100년사를 재조명하고 헤어스토리를 대중예술의 장르로 전환시킨 대작 뮤지컬로 29일에 성황리에 마쳤다.
김영호는 이번 뮤지컬은 속아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도 관객들과 호흡하는 무대가 좋았다고 말했다.
"처음엔 제가 잠깐 나오면 된다고 해서 하겠다고 했는데 내가 나오는 장면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극이 좋았고 음악도 가사전달력이 뛰어나고 삶을 잘 표현한 노래들이 많아서 하게 됐죠."
이번 뮤지컬에서 가수 김현정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김영호는 "김현정은 연습벌레"라고 하며 극찬을 하기도 했다. 김영호는 평소에 김현정은 가수 출신에 얼굴 예쁘고 몸매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함께 뮤지컬을 하며 생각을 바뀌었다고 했다.
"김현정씨가 뮤지컬 첫 도전이다 보니 부담감이 심했어요. 가수로 최고의 자리까지 있었던 사람이어서 뮤지컬에서도 최고로 보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스케줄 비는 시간 틈틈이 와서 연습하고 갔어요. 진짜 뼈를 깎는 고통을 겪었을 거예요."
▶'호랑이' 임재범, 쑥스러워 평생 사과 한번 안 해봐
MBC '바람에 실려'에 출연하고 있는 그는 예능 고정은 이번이 처음. 그에게 예능출연을 해본 소감을 물어보니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속았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바람에 실려'는 한국의 음악을 알리고자 록의 전설 임재범과 김영호, 이준혁 등 최고의 뮤지션들이 미국으로 음악여행을 떠나는 예능프로그램이다.
"너무 힘들어요. 10시간동안 장소를 옮기면서 촬영을 하니 몸도 힘들고요. 24시간 카메라가 저를 찍고 있으니 늘 긴장해요. 입 벌리고 자는 모습이 찍히거나 샤워하려고 하는 모습도 찍혔어요. 원래는 샤워 다 하고 만나기로 했는데 갑자기 카메라가 '훅' 들어오는 거예요. 상체노출이 된 채 찍히고 말았죠. 일종의 '몰카(몰래카메라)'였던 거죠."
현재는 의형제를 맺으며 잘 지내고 있지만 촬영 초반에는 임재범이 가장 불편했다는 김영호는 "임재범과 말하지 않으려 했다"고. 실제로 김영호는 '바람에 실려' 2회 때 돌연 잠적한 임재범을 찾자 팀원 중 유일하게 그에게 "사과하라"며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솔직히 짜증났죠. 방송 아니었으면 더 심한 말 했을 텐데… '사과하라'고 하니까 엄청 쑥스러워하며 미안하다고 했어요. 임재범 씨가 '나는 장난으로도 사과를 해 본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임재범 씨 매니저도 '20~30년 같이 임재범과 있으면서 사과하는 거 처음 봤다'고 하며 놀랬어요."
그가 본 임재범은 어떤 남자일까.
그는 임재범을 "자기 세계가 강한 사람" 이라고 했다. 김영호는 "방송에선 귀엽고 익살스런 임대디의 모습이 많이 비춰지지만 촬영하지 않을 땐 남에게 말도 안 걸고 조용히 음악만 들어요. 자기 세계가 너무 강해 다른 사람들이 어울리기 힘들어 하지만 누구보다 맑고 깨끗한 사람" 이라고 말했다.
김영호는 임재범과 함께 지내다보니 비슷한 점도 발견했다. 그는 "임재범 씨랑 저랑 비슷한 점은 음악을 진짜 좋아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범 씨 MP3플레이어에 3000곡 정도 음악이 들어가 있어요. 그리고 잘 모르는 사람하고 부딪히고 이야기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런 자리는 꼭 피하더라고요."
▶"원래 꿈은 가수…그 땐 아무도 안 봐 주더라"
'바람에 실려' 2회 때 미국 데스밸리 사막 한 가운데서 변진섭의 '홀로 된다는 것'을 부르며 남다른 가창력을 선보인 김영호는 그 다음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인기 검색어 상위권을 유지하기도 했다. '홀로 된다는 것'은 디지털 음원으로 나와 인기를 얻고 있다.
"'너 이제 고생 끝났다', '감동 받았어' 등 문자를 엄청나게 받았어요. 원래 사람들한테 노래불러주는 것을 좋아해요. 이젠 음원까지 나오니까 사람들이 '진작 나왔어야 했다'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노래 부를 땐 첫 곡을 마지막 곡 부르는 사람처럼 목이 터져라 불러요. 사막에서도 '마지막 곡이다'라는 맘으로 열심히 불렀고요."
사실 김영호의 음악활동은 90년대부터 시작했다. 그는 강변가요제, 대학가요제 출신에 밴드 '지풍우'의 보컬 출신이다. 게다가 그 때 당시 최고의 음악잡지였던 '뮤직라이프'의 가요계에 유망주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를 바라봐 주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막상 정식으로 제가 음악을 시작하려니 저를 봐주는 사람은 없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누군가에게 음악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부탁하는 성격은 아니어서… 그런 건 또 임재범 씨 성격하고 비슷하더라고요."
이렇게 음악에도 열정이 있는 김영호는 시를 쓰는 것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그는 "제가 워낙 사람보단 자연에 빠지는 편이예요. 강물, 바람 이런 것들 좋아하거든요. '바람에 실려'는 음악여행이니 많은 감성들이 생겼는데 시 쓸 시간이 없네요."라며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다른 예능에 대한 욕심이 생겼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살짝 생겼다."라고 답했다.
"제가 워낙 꽁꽁 묶여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예능 하다 보니 조금 욕심이 생기네요. 그런데 다음 예능은 조금 더 편한 걸로 부탁합니다. (웃음)"
글=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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