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와 달리 사용후핵연료는 재활용할 수 있다. 방사성 물질인 핵분열생성물과 넵투늄, 아메리슘, 퀴륨 등의 초우라늄원소(우라늄보다 무거운 원소) 외에도 우라늄과 플루토늄이라는 재활용 가능한 원소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 연료로 생각하기도 하고, 폐기 대상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간주하기도 한다.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은 재활용 연료로 생각하는 쪽이다. 이들은 퓨렉스(PUREX) 습식공정기술을 이용해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만 회수한다. 이를 다시 천연우라늄 또는 열화우라늄과 섞어 혼합산화물(MOX) 연료로 가공해 원자력발전소에서 재사용한다. 회수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다시 핵연료로 만드는 과정을 ‘처리’라고 말한다.
현재 상용화된 습식재처리시설은 국제적으로 엄격한 규제 대상이다. 여기서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선별적으로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설을 운영 중인 나라는 일본을 빼면 모두 핵무기 보유국이다. 물론 재처리 후의 양은 적지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발생은 피할 수 없다.
미국을 비롯해 독일 캐나다 스웨덴 핀란드 등은 사용후핵연료를 ‘불용물질’로 여겨 500∼1000m 깊이의 땅속에 처분장을 마련해 오랫동안 안전하게 관리하는 정책을 고수한다. 이처럼 사용후핵연료를 인간과 자연으로부터 영구 격리하는 것을 ‘처분’이라 한다.
현재 사용후핵연료의 처분장을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다만 최근 주민투표로 처분장 용지를 확보한 핀란드와 스웨덴, 용지를 선정 중인 프랑스가 2020∼2025년에 처분장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선정에서 핀란드와 스웨덴은 모범적 사례다. 이들은 30여 년간 국민에게 사용후핵연료를 이해시키고, 이해당사자 간의 신뢰를 쌓았다. 또 정부 주도 아래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과학적, 기술적 타당성 평가를 거친 후 처분장 용지를 결정했다. 한편, 한국은 해외 동향을 살피면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의 결정을 미루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