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태평양지역 방문은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둔 그에게 외교적 성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 등 외신들은 20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전날 열린 제6회 동아시아정상회의(EAS)의 결과를 ‘오바마의 외교적 승리’로 요약했다. 아태지역 패권을 놓고 중국과 겨룬 승부에서 위상을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로부터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다자외교 공간에서 공식화한 데서 비롯했다. 원 총리는 18일 중국·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까지만 해도 “외부 세력은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과 동남아 국가 간의 남중국해 분쟁을 공식 의제로 올리는 것조차 거부했다.
하지만 그는 19일 EAS 본회의에서 끝내 “이 문제를 언급하고 싶지 않았지만, (다른 정상들의) 지적에 답을 하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어서 중국의 입장을 거듭 설명하겠다”고 입을 열었다. 원 총리는 비록 ‘당사국 간 해결’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AFP는 이런 발언을 이끌어낸 것 자체가 오바마 대통령이 의도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다자 개입’의 단초를 마련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원 총리는 예정에 없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양자회담을 요청하기도 해 외교적으로 다소 수세에 몰렸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를 ‘중국의 후퇴’로 풀이했다. 중국 런민(人民)대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중국의 반대에도 남중국해 분쟁이 공식 언급된 것은 동남아에서 중국의 약한 외교적 지위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칭화(淸華)대 쑨저(孫哲) 교수는 “중국은 미국의 아태지역 영향력 확대에 맞춰 외교정책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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