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장규수 박사의 ‘스타시스템’]<19> 연예인 발굴 기준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1일 13시 57분


●스타의 미래가능성은 특수 전문가들의 사적 관점에서 발굴
●스타시스템의 핵심은 '캐스팅' 그리고 '안목'

예비연예인 캐스팅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한 채용박람회에서 연기자 오디션 지원자들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예비연예인 캐스팅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한 채용박람회에서 연기자 오디션 지원자들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스타가 되기 위해 연예인에게 요구되는 조건은 학력이나 기술이 아니라 외모와 끼 등 타고난 조건과 개인적인 창의적 자질이다. 게다가 사람은 영원불멸 하지 않다. 따라서 그 미래가치를 예측하기란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연예기획사는 사회변화에 따라서 소비자들의 요구가 달라지고 새로운 유행을 선도해야 한다. 당연하게 기획사는 신인 발굴이나 기성연예인의 이미지 관리와 변신에 있어 일반적이지 않고 매우 특수한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연예인 기획이란 따지고 보면 명품브랜드의 창작 과정과 흡사하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기성품을 기획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디자이너의 개인적인 천재성이 발휘하여 창작한다는 얘기다.

■ 신인 발굴에 앞장서는 연예기획사들

연예기획사에서 스타 잠재력을 갖춘 유망주를 발굴하는 것은 어렵고도 가장 중차대한 문제다. 발굴된 연예인이 스타로 성장할 확률이 매우 낮을 뿐 아니라, 그에 투자되는 자본, 인력, 시간 등에 대한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고자 연예매니지먼트 산업에서는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미국과 일본은 각종 노래대회, 미인대회, 댄스대회 등 이벤트와 더불어 TV 프로그램을 통한 공개오디션 등 다양한 방법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연예기획사 산하에 전문교육기관이나 상설극장을 운영하며 신인의 교육과 수급에 적극적이다.

국내에도 2000년대 접어들며 SM엔터테인먼트가 '캐스팅 팀'을 운영하며 전문적인 신인발굴시스템을 구축하였고, 이후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들은 전담직원을 고용하여 신인발굴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흔히 알고 있는 '길거리 캐스팅'이 아니고, 여러 명으로 구성된 캐스팅 팀이 일정한 계획 하에 2인1조로 현장 캐스팅을 진행하고, 우편, e메일 등으로 지원하는 지원 자료를 검토하여 오디션을 통한 신인발굴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전문가들은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지망생보다 전문적으로 캐스팅된 신인이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자연스레 전문가들은 놀이동산, 학교축제, 노래대회, 댄스대회 등 노래, 춤, 외모 등 뛰어난 자질을 가진 청소년들을 직접 현장에 발굴하러 다니게 된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은 정기적으로 공개오디션을 치르고 있으며, 미국, 중국 등 해외오디션을 진행하며 글로벌시대의 스타제작에 앞장서고 있다.

일본 인기 아이들 그룹 모닝구무스메. 대규모 인원으로 활동하는 여성아이돌의 효시가 된 그룹으로 우리나라 걸그룹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사진제공 엠넷미디어
일본 인기 아이들 그룹 모닝구무스메. 대규모 인원으로 활동하는 여성아이돌의 효시가 된 그룹으로 우리나라 걸그룹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사진제공 엠넷미디어

■ 아이돌 캐스팅 전문가의 탄생

국내 최고의 캐스팅매니저로 알려진 김수현 씨는 신인발굴과 공급이 직업인 독보적인 인물이다. 원래 가수매니저였으나 H.O.T, S.E.S, 신화, 젝스키스, 클릭B 등 초창기 아이돌스타의 멤버들을 성공적으로 발굴하면서 캐스팅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스타의 잠재력을 예측하고 선별하는 기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외모도 중요하지만 타고난 끼를 유심히 관찰한다. 경험으로 볼 때 행동과 눈빛에서 파악할 수 있으며, 대화를 나눠보면 미래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다. 본인이 아무리 하고 싶어 하더라도 목표 의식과 끼가 없으면 안 된다. 반면에 어린 나이에 끼가 많고, 예쁘고, 잘생긴 지망생들은 관리가 힘들다. 그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목표를 설정해주며 스타성을 높이도록 지원하고 관리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스타는 소수의 전문가들이 기획, 생산하는 상품이다. 따라서 신인 발굴 시 가장 중요한 점은 미래의 상품성이다. 현시점 또는 가까운 미래에 요구가 예상되는 스타콘텐츠를 예측하고 발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선별력과 예측능력은 매우 개인적일 수 있는데, 지속적인 연예매니지먼트 산업의 관찰과 경험에서 얻어지게 된다. 특정 매니저 또는 연예기획사에서 스타를 계속적으로 배출하는 것을 볼 때 선별력은 경험에서 얻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래의 스타를 선별하여 발굴하는 능력은 매우 개인적인 경험을 통한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다.

선별의 기준은 각 국가별 환경에 따라서 다르다. 최근 아이돌 스타들이 연예시장을 장악한 한국은 연기력이나 가창력 등 연예인으로서 실력보다 아름다운 외모와 예능프로그램에서 재치 있는 끼를 발산할 수 있는 능력을 우선시 하는 반면에, 중국은 아직 연기력과 가창력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 대만 등에서도 아이돌 스타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신인발굴의 방법과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국가별 기준의 차이점은 연예매니지먼트 산업의 규모와 소비문화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한국은 상품화된 콘텐츠의 제작에 투입될 신인을 발굴하지만, 미국이나 중국 등 시장이 큰 국가에서는 스스로 실력을 쌓아서 스타의 자질을 갖춘 사람을 매니지먼트 하는 차이점이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이나 중국은 최근 TV프로그램을 통한 오디션이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오디션을 통해서 실력 있는 신인을 발굴하고 전속으로 매니지먼트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인 발굴에 있어서 한국은 캐스팅전문가들에 의한 발굴이 선호하고, 미국이나 중국은 공개오디션을 통한 발굴을 선호한다. 이러한 차이점에 대해 현장전문가들은 국가별 시장규모와 인구수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다.

■ 캐스팅도 성공모델 모방이 대세

미래수요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모방'이다. 과거의 스타상품, 특히 흥행에 성공한 상품을 모델로 생산하기 때문에, 기획부터 실제 제작까지 할당되는 시간과 노력의 비용을 절감하며 효율성을 창출한다.

일회적으로 소비될 상품을 주기적으로 양산해야 하는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성격상, 모방과 심지어 표절까지도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되는 현실이다.

실제로 국내의 인기 아이돌 그룹들은 초창기에 일본의 그룹들을 모델로 삼아 기획과 캐스팅을 거쳐서 제작이 이루어졌고, 다른 대다수의 아이돌 스타들도 모방과 표절로 제작된 경우가 많다.

일본의 모닝구 무스메(Morning Musume) 등 대규모 아이돌을 모방해 i30, 소녀시대 등으로 시작된 일명 '걸그룹'들이 유행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근 국내 걸그룹들의 해외진출에 흥분하여 일본에서 소녀시대를 모방한 그룹이 데뷔했다는 억측기사가 나오기도 할 정도가 됐다.

그러나 이는 소녀시대를 모방한 것이 아니라 명백하게 일본이 만들어 퍼뜨린 시스템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모닝구 무스메'가 1997년에 데뷔하여 십여 명의 멤버들이 유닛 활동(개인 또는 여러 명이 나누어져 개별적인 연예활동을 하는 것을 지칭함)을 병행하며 활동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린 소녀들을 공개 오디션을 통하여 발굴하고 전문적인 매니지먼트 시스템으로 관리되기도 했다.

또한 이러한 시스템은 아이돌스타, 즉 가수 뿐 아니라 연기자까지 적용되고 있다. 그리고 필자가 기획해 데뷔시킨 김디에나(Kim Deanna)의 경우에도, 일본에서는 젊은 혼혈연예인들이 인기를 얻으며 활동하고 있는데 국내에는 사례가 없는 것에 착안하여 혼혈소녀를 발굴하여 매니지먼트를 한 바 있다.

반면에 스타에 대한 소비자의 취향과 선호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면 기성스타를 섭외하는 것이 안정된 수익을 보장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스타의 권력이 커지며 독자적인 행동이 많고 대부분의 스타는 생명력이 짧은 것을 볼 때, 연예기획사 또는 매니저의 입장에서는 신인을 발굴하여 스타로 등극시키는 것이 투자대비 수익창출에 더욱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 연예매니지먼트 시스템에서 관행화되어 선 투자되는 전속계약금의 규모를 볼 때 미래가능성이 높은 신인을 선별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게 대두된다.

장규수 | 연예산업연구소 소장 gyus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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