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7세기, 흑해 북쪽의 킴메르족을 일시에 무너뜨리고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스키타이족. 이들은 말을 타고 초원을 누빈 기마 유목 민족이었다. 이후 기원전 3세기까지 유라시아 대륙을 거쳐 중국까지 광대한 문화 벨트를 형성했다. 이를 스키타이 문명이라고 한다. 기마 유목 문화와 황금 문화가 이 스키타이 문명의 핵심으로 꼽힌다.
동아일보가 예술의전당, YTN과 함께 개최하는 ‘스키타이 황금문명展-유라시아 초원에서 한반도까지’는 고대 유라시아 대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스키타이 문명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 1991년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이후 2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스키타이 유물전이다.
전시 출품작은 우크라이나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스키타이 황금 유물을 비롯해 기원전 2세기 이후 사르마트 문화와 중세 유목문화 유물 등 260점. 스키타이 초원 문화에 관한 영상과 사진자료 70여 점도 선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스키타이 문명의 근거지였다는 점에서 이번에 출품되는 우크라이나 박물관 소장품은 스키타이 유물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전시는 △최초의 유목민 스키타이 △사르마트인은 누구인가 △흑해 북안의 그리스계 국가들 △중세의 유목민족 △신라의 황금 문화는 어디에서 왔을까 △우크라이나의 장식예술 등으로 구성했다. 출품작들은 황금 장신구, 무기, 마구, 고분 출토 유물, 생활용품, 종교 제의용품 등 다종다양하다. 모두 스키타이 문화의 뚜렷한 특징을 보여주는 유물들이다. 학계에서는 무기, 마구, 동물 양식을 스키타이 문화의 3요소로 꼽는다. 이 특징들을 전시에서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출품작 가운데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을 것들은 역시 황금 유물들. 무려 2500여 년 전에 그토록 화려하고 정교한 황금 제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놀랍다. 황금 유물의 표면을 장식한 동물 디자인도 흥미롭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자 몸통에 독수리 머리와 날개를 지닌 ‘그리핀’이다. 동물 디자인에는 동물들의 투쟁 장면도 많다. 그리핀과 동물 투쟁 모습은 고대 초원문화에서 유행했던 대표적 디자인이다.
이 같은 스키타이 문화는 유라시아 대륙을 넘어 동으로 건너와 한반도 고대 문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신라 고분에서 출토되는 황금 유물을 보면 그 유사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흑해 북쪽에서 한반도까지 북방 초원길을 따라 이어진 고대 유목문화의 이동 루트를 추적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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