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지식 가이드]<4>농축-재처리기술 테러집단에 유출땐 치명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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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운영하고 있는 가압경수로 원자력발전소는 농축공장에서 우라늄235 함유율을 3∼5%로 농축한 저농축우라늄 핵연료를 사용한다. 이 시설을 그대로 이용해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90% 이상의 고농축우라늄도 만들 수 있다. 또한 사용후핵연료 습식재처리 공정을 거쳐 플루토늄과 잔존 우라늄을 분리할 수 있다. 분리된 플루토늄을 우라늄과 섞으면 혼합산화물핵연료(MOX)로 재활용할 수 있고, 핵무기 원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우라늄 농축 기술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은 핵연료뿐 아니라 핵무기 원료 생산에도 쓰일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농축기술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이 테러집단이나 제3세계로 확산되는 것을 걱정한다. 북한 핵문제와 이란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파이로프로세싱’이라는 새로운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은 기존 습식재처리 공정과 달리 플루토늄 추출이 어려워 핵무기 확산을 막는 데 유리하고, 우라늄 자원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다. 고속로에서 플루토늄과 초우라늄 등 고방사성 독성물질을 태우게 돼 사용후핵연료 처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산 원전설비와 핵연료를 미국 정부의 허락 없이 변형, 가공할 수 없다. 1973년 3월 한미 간에 체결된 원자력협력협정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모범적인 핵확산방지조약(NPT) 가맹국이며 투명하고 명백한 원자력 연구개발과 산업적 경제적 수요가 늘어난 원자력 선진국이다. 그럼에도 핵연료주기에 대한 자유로운 연구가 사실상 금지된 것이다.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은 2014년 3월에 만료되며 현재 차기 협정에 대해 교섭 중이다. 양국은 향후 10년간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에 대한 공동연구를 하기로 합의하고,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평가한 후 한국에서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자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연구가 가능한지 판단할 예정이라고 한다.

윤종일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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