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의 미학 '패러디' 과연 어디까지 허용될까?
●표절과 모방 그리고 연예인들의 직업윤리
요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모 개그맨이 정치인들의 행태를 풍자한 것을 두고 모 국회의원이 집단 모욕죄로 고소한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집단 모욕죄라는 것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풍자한 행위에도 적용되는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과연 풍자를 통한 패러디의 기준은 무엇이며, 나아가 한국 연예계의 표절과 모방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자.
■ 패러디는 '풍자의 예술'이자 민주주의의 상징
패러디(parody)의 사전적 정의는 특정 작품의 소재나 작가의 문체를 흉내 내어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수법 또는 그런 작품을 말한다. 따라서 패러디와 모욕, 명예훼손 등의 논란은 하나의 단어로 결정할 수 있다. 즉, '풍자'인가 아닌가의 구분이다.
서양국가에서는 정치 풍자나 패러디가 성행하고 있지만, 국가의 통제가 심하거나 민주주의적이지 못한 국가에서는 예민한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 제5공화국 시절에도 개그맨 김형곤, 최양락, 임하룡 등이 개그프로그램에서 정치, 사회적 문제들을 꼬집으며 패러디한 바 있다. 특히 김형곤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과 '탱자 가라사대' 그리고 최양락의 '네로 24시' 등은 당시 시대를 날카롭게 풍자해 큰 인기를 누렸다.
최근에는 KBS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이나 '비상대책위원회' 같은 사회풍자 프로그램이 인기다. 그리고 12월 개국하는 여러 종편에서도 시사개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처럼 정치, 사회문제 등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을 패러디할 때는 보다 신중성이 요구된다. 언론의 역할이 그렇듯이, 대중에게 특정 사건을 언급할 때 한쪽의 의견만 지적하지 말고 양측의 입장이 공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그것이 잘못된 일이라도 말이다.
얼마 전에는 미국 CBS 유명 토크쇼 진행자 데이비드 레터맨이 오사마 빈 라덴을 풍자했다가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언론이란 거대한 권력을 등에 업고 특정 스타가 특정 인물이나 조직을 풍자하며 조롱하고 비하한다면 큰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Come Back Home'을 이재수가 '컴배콤'으로 패러디하며 큰 인기를 누리자 서태지가 소송하여 법정까지 갔었고, 결국 법원은 패러디로 인정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 표절은 비윤리적 행위로 제재대상
그렇다면 패러디와 표절은 어떻게 구분될까?
표절(plagiarism)은 다른 사람의 저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몰래 가져다 쓰는 행위다. 다시 말하자면 다른 사람이 창작한 것을 허락 없이 자신의 창작물에 도용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영화와 음악에 관한 표절방지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단순한 아이디어 차용은 표절로 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야 되며, 이를 위반한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범금에 처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은 명시한다. 그러나 그것을 구분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에는 스토리가 아이디어에 해당하여 저작권을 보호받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등장인물과 플롯 그리고 전개과정 등의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단 음악 분야는 오래전부터 표절의 논란이 빈번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락, 리듬, 화음의 3요소를 기본으로 곡의 전체적 분위기를 고려하여 표절 여부를 판단한다.
몇 년 전부터는 음악표절의 문제를 비껴가기 위하여 아예 처음부터 모방한 음원의 저작권을 확보하고 음악을 발표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리메이크 음악이란 사실을 알리지 않고 발표했다가 추후에 표절문제가 발생할 때를 대비하는 것으로, 이는 리메이크 음악과는 분명히 다르다.
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는 것보다 이미 검증된 히트곡으로 손쉽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의도가 크다. 나아가 추후 표절 등의 문제가 발생할 때를 대비한 기획사의 계획된 행동이다. 이에 연예콘텐츠의 저작권의 보호와 더불어 창작시스템의 확립에 대한 중요성이 요구된다.
그리고 표절은 법적으로 저작권 침해의 하나다. 따라서 언론의 보도나 교육, 연구 등의 목적 이외에는 모든 창작물은 저작권법에 따라야 한다. 저작권의 보호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정부의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정책은 강력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을 베끼고, 중국은 한국을 베끼는 현상이 반복되는 현실에서 각 국가 간의 저작권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정상적인 콘텐츠의 유료유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중국의 상황도 심각하지만 한국도 마찬가지이며, 문화개방에 앞선 홍콩과 대만의 경우에도 일본과 서양의 콘텐츠를 쉽게 접하여 그 모방의 형태도 다양하다.
■ 직업윤리의 선진화와 상호 존중의 자세가 필요하다
김호석은 저서 '스타 시스템'에서 일회적으로 소비될 상품을 주기적으로 양산해야 하는 문화산업의 성격상, 모방과 장르 심지어 표적까지도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를 얻기 위한 전략을 활용되는 현실이라고 설명한다.
미래수요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모방'이다. 과거의 문화상품, 특히 흥행에 성공한 상품을 모델로 생산하기 때문에, 검증에 따르는 비용과 함께 기획과 창조부터 실제 제작까지 할당되는 시간과 노력의 비용을 절감하며 효율성을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표절과 모방은 철저히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비윤리적인 행동이다. 정치인은 정치인의 역할이 있고, 연예인은 연예인의 역할이 있으며, 대중도 소비자의 입장에서 정당한 의무와 권리가 있다. 따라서 이번 고소의 경우도 저작권, 모욕죄 등 법적인 판단만을 고려할 문제는 아니다.
이슈를 만들어서 유명세를 타려는 얄팍한 술수도 있어 보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양심이고 대중의 권리 보장이다.
이러한 비윤리적인 문제와 분쟁으로 인해서 좋은 콘텐츠가 생산되지 못하고 대중들의 즐길 권리가 막혀버린다면 결국 우리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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