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떨리고 기억력 감퇴 치매와 비슷… 감염된 뇌조직-장기 이식 통해 옮아전세계 환자 400여명… 日서 피해 많아, 국내 환자 산발성 7명-유전형 1명-의인성 1명
‘의인성(醫因性)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iCJD)’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됨에 따라 ‘인간광우병’이 국내에도 상륙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명칭이 유사해서 생긴 오해에 불과하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손발이 힘없이 떨리는 것은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 인간광우병(vCJD), 알츠하이머병, 치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러나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만 유사할 뿐 병에 걸리는 원인은 제각각이다. 최근에는 신경조직검사,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나 뇌파검사로 환자의 뇌를 보면 어떤 경로로 병에 걸렸고, 어떤 질환인지를 판별할 수 있다. ○ 인간광우병과 발병 경로 전혀 달라
박혜경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이번에 확인된 iCJD는 속칭 인간광우병과는 무관하며 일상생활에서 감염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발병 경로가 전혀 다르다는 것.
CJD는 1920년에 처음 확인된 퇴행성 뇌질환이다. CJD도 걸리는 경로에 따라 산발성(sCJD), 유전형(fCJD), 의인성(iCJD)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인간광우병으로 부르는 변종 CJD(vCJD)는 일반적으로 CJD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박 과장은 “증상이 비슷해 명칭이 vCJD로 불리지만 사람을 매개로 감염되는 세 가지 CJD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가장 많은 것이 sCJD다. 우리 몸의 단백질이 변형된 것을 ‘프리온’이라고 부르는데, 이 프리온이 중추신경에 계속 쌓여서 병이 생긴다. 전체 CJD 중 85%가 여기에 해당한다. fCJD는 유전을 통해 발병하는 경우다. 이번이 국내 첫 발견사례인 iCJD는 뇌나 척수, 안구처럼 장기 이식으로 감염된다. 감염자의 뇌에서 추출된 호르몬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 발견됐지만 세계적으로 400건 이상의 사례가 보고됐다. 문제가 된 독일산 뇌경막을 많이 수입한 일본에서 피해자가 많았다.
반면 인간광우병(vCJD)은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 내장, 척수를 지속적으로 먹었을 때 발생한다. 1996년부터 세계적으로 피해자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10년 동안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vCJD 발병 건수는 모두 275건. 영국이 170건으로 가장 많고, 이스라엘 56건, 프랑스 25건 등의 순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광우병 쇠고기를 오래 먹은 사람의 뇌경막이나 각막을 이식받을 경우 이번 사례처럼 iCJD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이에 대해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은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권 센터장은 “1987년 외국에서 독일산 뇌경막 문제가 발생한 이후로 미국식품의약국(FDA)과 WHO가 인정한 수산화나트륨을 이용해 프리온을 제거하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리온은 끓는 물로도 없앨 수 없지만 수산화나트륨을 쓰면 제거할 수 있다.
또 권 센터장은 “인간광우병의 잠복기가 10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사례가 발생하지 않는 점에 비춰 이 병은 끝물이라고 봐도 무관하다”고 말했다. 동물성 사료가 세계적으로 금지된 후 WHO에 발병사례가 거의 보고되지 않고 있다는 것. 1996년 영국에서 피해가 속출한 것은 동물성 사료 때문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국내 CJD 환자는 총 9명
우리나라도 매년 평균 30여 명이 CJD 의심환자로 질병관리본부에 신고된다. 2001년부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의심스러운 환자가 병원에 찾아오면 병원은 반드시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해야 한다. 올해 들어서는 25건이 신고됐다.
신고가 들어왔다고 모두 CJD는 아니다. 2006∼2011년 CJD임이 확실시되는 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건은 산발성, 1건은 유전형으로 나타났다. 이번 의인성 사례까지 포함하면 총 9명의 CJD 환자가 발생한 셈. 나머지는 알츠하이머병이거나 다른 질병, 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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