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엿보기]캠퍼스 유치 무산된 파주시 “씁쓸하구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30일 03시 00분


이화여대, 2112억 들여 서울서 병원용지 구입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이화여대의료원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SH공사가 분양하는 의료시설용지 4만3277m²(약 1만3000평)를 이화여대의료원이 구입하기로 한 겁니다. 이화여대의료원은 24일 마감 직전 단독으로 입찰했습니다. 입찰 금액은 약 2112억 원. 예정가 2012억 원보다 100억 원가량 많습니다. 서울아산병원 가천의대길병원 을지대병원도 관심이 있었지만 높은 땅값 때문에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화여대의료원은 이곳에 1000병상 규모의 대형 병원을 세울 예정입니다. 의대와 간호대를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택지개발지구에 대형 병원이 들어서면 앞으로 입주할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5년 전 경기 파주시와 시민들도 마곡지구 입주예정자들과 비슷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2006년 10월 이화여대와 파주시는 새로운 캠퍼스를 짓는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파주시는 2008년 3월 신청 2시간 만에 사업시행을 승인했습니다. 파주시와 시민들은 ‘명문대가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며 대대적으로 환영했습니다.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캠퍼스가 들어설 미군반환기지의 높은 땅값 때문입니다. 국방부와 이화여대가 각각 주장한 1750억 원과 652억 원의 차이는 컸습니다. 다행히 협상을 통해 1114억 원까지 낮아졌습니다. 경기도와 파주시는 차액에 대한 보전방안도 제시했지만 이화여대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올 8월 사업 포기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파주시와 시민들은 말 그대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됐습니다. 곳곳에서 집회가 열렸고 파주시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유치 과정에서 쓴 ‘혈세’를 돌려 달라는 것입니다. 지난달 1일 열린 1차 변론에서 이화여대 측 변호인은 “양해각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고 재정 형편상 감당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마곡지구에는 2112억 원을 썼습니다. 파주시 관계자는 “어차피 학교재단이 결정했을 텐데 몇 달 전까지 어렵다더니 더 큰돈을 투자하는 모습에 서운함을 넘어 화가 난다”고 말합니다. 낙후된 파주 일대 미군공여지 개발이라는 사회적 명분까지 얻어 각종 혜택을 받았던 명문 대학이라면 좀 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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