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108>동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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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일 03시 00분


겨울에 먹는 별미… 몸속의 열 분산시켜 소화 도와

명나라 때 의학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무는 채소 중에서도 몸에 가장 이롭다고 했다. 겨울에 무를 먹으면 의사를 찾을 필요가 없다는 말도 있다. 여기에 가장 어울리는 음식이 동치미다. 요즘에는 계절과 관계없이 먹지만 동치미의 참맛은 추운 겨울날 살얼음 동동 띄운 동치미가 최고다.

고려 중기의 문인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서 무를 장에 넣으면 여름철에 먹기 좋고, 소금물에 절이면 겨울 내내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동치미는 물기 많은 무를 골라서 껍질을 그대로 둔 채 깨끗하게 씻어 소금과 함께 항아리에 넣어 두면 무에 소금이 배면서 무의 수용성 성분이 빠져나와 톡 쏘는 맛을 낸다. 고려 때인 동국이상국집에 동치미 담그는 법이 나오니, 오래전부터 동치미가 겨울철 음식으로 발달했음을 알 수 있다.

동치미라는 단어 자체가 겨울에 먹는 김치라는 뜻이다. 순수 우리말처럼 보이지만 한자가 변형되어 우리말로 바뀐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을 모아 놓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의 11월조에는 작은 무로 김치를 담그는데 이것을 동침(冬沈)이라고 했다. 겨울에 먹는 김치라는 뜻에서 겨울 동(冬)에 김치를 나타내는 침(沈)자를 써서 동침(冬沈)으로 표기했다가 동치미가 되었다고 한다.

동치미는 평양을 중심으로 발달했던 겨울김치다. 이북에서는 겨울이면 국물이 언 동치미를 꺼내어 뜨거운 온돌방에 앉아 이가 시릴 정도로 찬 동치미를 반찬으로 먹거나 메밀국수를 넣어 냉면으로 말아 먹었다. 요즘은 냉면을 여름에 먹지만 예전 이북에서는 냉면이 겨울철 음식이었다. 동치미 역시 한겨울에 먹어야 제맛이 나는 겨울 별식으로 여겼다.

그렇지 않아도 추운 고장인 북한에서 차갑게 먹어야 제맛인 동치미가 발달하고 게다가 차가운 메밀국수를 살얼음이 떠 있는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는 냉면이 생겨난 것도 이유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무로 만든 동치미가 몸속의 열을 분산시키고 소화를 돕는 데 좋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바깥 날씨가 무더운 여름에는 인체의 열이 표면의 피부로 모여 몸속은 상대적으로 차가워지는 데 반해 겨울에는 체열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복부 깊숙한 곳으로 열이 몰린다고 한다.

중국의 옛 의학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은 인체가 계절의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봄에는 기운이 상승하고 여름이면 몸 표면을 떠돌아다니다 가을이면 내려가 겨울에는 가라앉는다고 했다. 이 때문에 사계절 기운의 부침에 따라 인체 생리가 변하며 질병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병을 치료하는 것도 계절 변화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찬 성질이 가득한 채소인 무로 담근 동치미가 추운 겨울에 어울리는 것 역시 겨울이면 체열이 몸속 깊숙한 곳으로 모여 위장의 활동이 지장을 받을 수 있는데 동치미가 열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사실 동치미는 소화제 역할을 했다. 무에는 디아스타제라는 효소가 있는데 소금에 절이면 동치미 국물에 녹아 나와 소화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게다가 시원한 탄산 맛을 주면서 무기질, 비타민, 유기산 등이 들어 있어 천연 이온 건강음료 역할까지 했으니 우리나라 대표 겨울김치가 된 것이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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