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대 문화재급 백자 절도범 잡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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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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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사건’ 김영완 집 9년전 100억대 턴 범인과 동일이태원 도자기 피해자는 수사초기 “그런일 없다” 부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고급 주택에 침입해 시가 수십억 원에 이르는 국보급 도자기를 훔친 혐의 등으로 장모 씨(57)와 공범 2명을 구속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조사 결과 주범 장 씨는 9년 전 현대그룹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영완 씨(58) 집에서 100억 원대 금품을 강탈한 혐의로 교도소에서 복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장 씨 일당은 3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사업가 집에 침입해 피해자 이모 씨(46·여)를 결박한 뒤 금고에 보관돼 있던 도자기(사진)와 1억 원 상당의 금괴 및 현금 등을 훔쳐 달아난 혐의(특수강도 등)를 받고 있다. 이들은 범행 후 도자기를 처분하기 위해 고미술상을 찾았다가 “국보급 도자기다. 30억 원은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매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도자기를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장 씨는 또 다른 공범과 함께 종로구 청운동에서 주택가를 털다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이 씨가 도난당한 도자기의 감정을 의뢰한 결과 해당 도자기가 ‘백자청화매죽문호(白磁靑畵梅竹文壺)’라고 불리는 조선 후기 백자로 문화재급이라는 회신을 받았다. 조사 결과 이 씨는 도자기를 도둑맞고도 경찰 조사에서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피의자를 처벌하려면 진술이 필요하다고 설득하자 이 씨는 마지못해 남편 회사 직원을 대리인으로 보내 진술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조사하던 중 공범 중 한 명이 “장 씨가 2002년 3월경 김 씨의 단독주택(종로구 평창동)에 들어가 수백억 원 상당의 금품을 털었다고 자랑하며 범행을 함께 하자고 꼬드겼다”고 진술해 범죄 기록을 조회했다. 이 과정에서 장 씨가 김 씨 집 강도 사건으로 실형을 살다 나온 기록을 발견했다.

김 씨는 2003년 현대그룹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 원 상당을 건네받아 돈세탁한 뒤 정치권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게 200억 원을 제공한 혐의와 현대상선 비자금 3000만 달러를 스위스 은행 계좌로 송금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 등으로 최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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