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경비함에 응급구조사만 있었어도 중국인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찔린 고 이청호 경사(40)가 목숨을 건질 수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해경과 가천의대 길병원에 따르면 12일 오전 6시 59분경 이 경사는 중국인 선장이 휘두른 칼에 옆구리를 깊게 찔려 쓰러진 뒤 3005함으로 이송됐다. 즉시 원격진료실로 옮겨 응급조치를 했다. 보건복지부 예산이 투입된 첨단의료 시설이 갖춰져 육지의 전문의가 원격진료를 시행했다. 하지만 이 경사의 생명을 구할 응급구조사는 현장에 없었다.
당시 길병원 양혁준 교수가 40여 분간 화상을 통해 원격진료를 했지만 상태가 악화되자 해경 헬기를 이용해 이송했다. 하지만 헬기에도 응급구조사가 탑승하지 않아 적절한 응급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응급구조사는 1, 2급으로 나뉜다. 응급진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1급 응급구조사는 링거를 꽂아 환자에게 수액을 공급할 수 있다. 의사처럼 혈액을 공급할 수는 없지만 수액만 공급했더라도 이 경사를 살렸을지 모른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해경에는 모두 55명(1급 29명, 2급 26명)의 응급구조사가 있다. 응급구조사의 필요성을 느낀 해경은 2009년부터 채용과 함께 자체 양성에 나섰다. 이 가운데 경비함정에 배치된 응급구조사는 10명에 불과하다. 구조구난 때 출동하는 122구조대에 근무하는 인원은 23명뿐이다. 이에 따라 현재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250t급 이상 해경경비함정 68척에 응급구조사를 우선 배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해양경찰청 김용진 대변인은 “응급구조사 배치의 중요성을 인식해 내년 80명을 비롯해 2013년부터 매년 100명을 양성하고 2015년에는 435명의 응급구조사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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