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5년 6개월 만에 당 전면에 복귀하자마자 첫 업무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따른 대책회의부터 주재했다. 기자들이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한 심경을 물었지만 박 위원장은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박 위원장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정치일선에 있는 정치 지도자 중 유일하게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단독 면담한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2002년 5월 한나라당의 당내 민주화를 주장하며 탈당해 한국미래연합 창당을 준비하던 박 위원장은 주한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 산하 단체인 유럽-코리아재단을 통해 초청을 받고 베이징(北京)을 거쳐 3박 4일 동안 북한을 방북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베이징으로 특별기를 보내 박 위원장 일행을 ‘모셔왔고’, 평양 순안공항에는 환영 인파가 나왔다. 숙소인 백화원초대소에서는 김용순 당시 북한 노동당 중앙위 비서가 영접했고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머물렀던 방을 내줬다.
김 위원장은 예고 없이 직접 백화원초대소를 방문해 1시간여 동안 단독회담을 하고 만찬까지 했다. 그는 1968년 북한 특수부대가 청와대를 습격했던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박 위원장은 내심 자신이 집권한다면 김 위원장과의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남북관계의 회기적인 진전을 꿈꿨을지 모른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두 사람의 두 번째 만남은 영원히 이뤄질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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