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11시, 야간 근무를 앞두고 자택에 있던 채널A 정치부 신석호 기자는 외교부를 담당하는 박창규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북한이 낮 12시에 특별 발표를 한다고 합니다.”
신 기자는 “우라늄 농축 중단 발표를 하려는 것 같은데, 일단 회사로 나갈게요”라고 답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휴대전화로 접촉한 취재원들도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북-미 대화가 한참 진행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기자는 한편으로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 특별 발표를 한 일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뿐이었는데….” 신 기자는 2002년 이후 동아일보에서 북한경제와 통일부, 외교부를 담당해 왔으며, 2008년 2월 신문기자로는 처음 북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올해부터 채널A 북한전문기자로 일해 왔다.
낮 12시 정각 조선중앙TV가 김정일 사망 소식을 전했다. “이거였구나!” 신 기자는 2008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당시 동아일보 게재용으로 작성해 둔 김정일 유고 기사를 인쇄해 들고 21층 스튜디오로 올라갔다.
채널A 국제부장을 맡고 있는 윤경민 앵커가 1보를 전했다. 잠시 후 12시 16분, 신 기자가 윤 앵커와 마주 앉았다. 같은 시간 대다수 지상파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은 파편적으로 쏟아지는 속보를 읽고 있었다. 일부 방송은 뉴스 속보 전달 체제로 전환하지 못한 채 기존 프로그램에 속보 자막만 씌워 내보내고 있었다.
윤 앵커의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김일성 주석 사망 직후와의 유사점과 차이점, 후계 구도, 북한 군부의 향후 예상 움직임, 급변사태 가능성,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이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온 신 기자는 1시간 20분 동안이나 막힘없는 답변을 이어 나갔다. 도쿄 특파원 출신으로 외교부를 오랫동안 담당한 바 있는 윤 앵커도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점과 핵심적인 포인트를 질문하면서 흐름을 이끌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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