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정부의 조의 표명과 조문사절단 파견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북한이 외국 조의대표단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야당은 파견 필요성을 거론하고 이에 맞서 보수단체는 극구 반대하면서 남남(南南)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해 조문사절단 파견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도 “2009년 8월 남편이 서거했을 때 조문특사단을 서울에 보내준 만큼 조문을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 참여한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북한이 평화와 교류 협력의 대상이기 때문에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서도 조문단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2005년 통일부 장관 시절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김 위원장을 면담한 정동영 전 최고위원은 “북한이 조문을 받아들인다면 조문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무현재단은 성명을 내고 “정부에 요청해 조의전문을 별도로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력 당권주자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성명을 내고 “정부가 조의 문제에 인도주의적 모습을 가질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우위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20일 조문단 문제에 대한 당의 입장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된 박근혜 위원장 주재로 국가비상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조문단 파견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지 않았다. 이두아 원내대변인은 “조문단 파견 문제가 거론은 됐지만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여옥 의원은 트위터에서 “(북한이 외국 조문단을 안 받겠다고 했는데도) 좌파들은 (조문을) 가야 된다고 주장한다. 기가 막히다”고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문정림 대변인도 “조문단을 파견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다만 여당 일각에서는 조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원희룡 의원은 트위터에서 “의전 차원의 정중한 조의 표명을 하고 조문단은 허용하지 않되,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 시 북한 조문단이 왔으므로 이희호 여사 측이 답례방문을 원한다면 허용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은 트위터에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만행과는 별개로 조의를 표한다”고 적었다.
‘대중도통합신당(가칭)’ 준비모임 대표인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고위 인사가 참여하는 조문을 통해 정부 차원의 접촉을 유지하는 것은 지금과 같은 급변 상황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그러나 민간사회단체 혹은 개인 차원의 조문은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재향군인회는 성명을 내고 “조문사절단 파견을 주장하는 일부 종북인사와 단체들의 주장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정부는 종북세력들의 조문행위를 일절 불허하라”라고 주장했다. 보수 인사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민족반역자의 죽음을 맞아 환영 성명을 낼 배짱이 없다면 절대로 조의를 표해선 안 된다”며 “유대인들이 히틀러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만세를 불렀겠는가. 조의를 표했겠는가”라고 말했다.
조문사절단 파견은 1994년 북한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국내에서 극심한 이념적 정치적 대립을 빚었던 사안이다. 당시 재야인사들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대학생들은 평양으로 조문단 파견을 강행하고 자체 분향소를 설치해 참배했지만 정부는 조문단 파견 불허 및 분향소 폐쇄 등 조치를 취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일을 상기시키며 “국론이 분열되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온 국민이 의연하게 대처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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