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취임 직후 직면한 첫 이슈인 데다 향후 정국 주도권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형 이슈이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의 향후 대응은 8월 미국의 외교전문 격월간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밝힌 대북정책의 핵심인 ‘신뢰외교와 균형정책’의 틀 속에서 진행될 것이라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안보와 교류협력, 남북대화와 국제공조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리라는 것.
박 위원장 측 관계자는 “박 위원장이 김 위원장을 만난 이후 신뢰를 표시한 적이 있지만 8월에 밝힌 신뢰외교 원칙은 국가 간의 관계를 염두에 둔 것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 사망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 측 핵심 관계자는 “정부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주변국과의 공고한 협력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기고문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아시아, 미국, 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한 자문 교수는 “김정일 사후의 북한 상황이 불안정까지는 아니라도 불확실성은 커졌기 때문에 주변국, 특히 미국 중국과의 공조는 더 강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미국 동맹과 함께 중국과의 관계를 강조해왔다. 기고문에서 “중국은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중국으로부터의 지원이 영원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는다면 북한도 결국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참여하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측근 의원은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알고 있던 중국으로부터 아무 연락도 못 받았고 아직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통화도 못했다는 건 중국과의 외교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이라며 “다자외교에 있어 큰 축인 중국과의 외교 강화를 요청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향후 태도도 중요한 변수다. 박 위원장은 기고문에서 “군사적 도발과 핵 위협으로는 오직 가혹한 대가만을 치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평소 안보를 중시해 온 박 위원장의 스타일상 북한이 도발할 때에는 강력한 응징을 주문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반대로 새로운 북한 지도부가 협력을 요청할 경우 적극적인 경제 협력을 통해 체제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기고문에서도 “북한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의 한 자문 교수는 “박 위원장은 남북관계가 장기적으로 소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에 안보 위협이 줄어들 경우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에 전향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측근 의원은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개혁개방에 그나마 눈을 뜬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함께 전면에 나서면 다행이지만 군 장악을 위해 군부에 더욱 의지해버리면 반대로 갈 수 있다”며 “가급적 빨리 김정은 체제가 안착하는 게 한반도 평화 안정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북한에 대한 조의 표명에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문과 관련해서는 정부와의 협의가 우선시 되어야겠지만 남북 신뢰 관계 구축을 위해 어느 정도 열린 자세를 가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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