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21일 오전 4시 58분(한국 시간 오전 9시 58분)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인도양 공해상. 청해부대 소속 구축함인 최영함의 전투정보상황실(CCC)에서 김성호 해군 소령(34·해사 55기·사진)이 상부 지시에 따라 단호한 목소리로 사격 명령을 하달했다.
이어 최영함과 링스헬기에서 삼호주얼리호를 향해 M60과 K6 기관총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석해균 선장 등 선원 21명을 구출하기 위한 ‘아덴 만 여명작전’이 개시된 순간이었다. 작전 3시간 만에 한국 해군은 해적들을 소탕하고 선원 전원을 구출했다. 이 쾌거는 긴급뉴스로 전 세계로 타전됐고, 세계 각국이 한국군에 갈채를 보냈다.
당시 최영함의 사격통제관이었던 김 소령은 구출 작전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동아일보와 채널A가 제정한 ‘제1회 영예로운 제복상’ 대상 수상자로 3일 선정됐다. 김 소령은 16일 시상식에서 상패와 함께 3000만 원의 상금을 받는다.
김 소령은 작전 수립부터 완료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작전 며칠 전부터 사격통제 광학장비로 해적들의 움직임과 아군에 위협이 되는 무기 등을 샅샅이 파악했다. ▼ 침착-과감한 작전으로 석해균 선장 등 21명 구출 ▼
작전 개시 직전에 해적들의 저항 의지를 꺾기 위해 삼호주얼리호 함수 앞으로 127mm 함포 경고사격을 지휘하는 임무도 그의 몫이었다. 구출작전에 돌입해서도 완벽한 엄호사격으로 특수전 요원들이 신속히 선박에 오를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이역만리 바다에서 위기에 처한 국민들을 우리 손으로 직접 구출했다는 데 벅찬 감격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소령은 지난해 4월 피랍 위기에 처한 한진텐진호 구출작전 때도 완벽한 경고방송과 경고사격 임무 수행을 통해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 대원들이 신속히 한진텐진호에 들어가 선원 20명을 구조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 지난해 2월 리비아 교민 철수작전 당시 안전통제 책임자로서 현지 교민 37명을 최영함으로 안전하게 피신시켰다.
경남 김해 출신으로 2001년 소위로 임관한 김 소령은 초계함 통신관과 고속정 정장, 최영함 사격통제관을 거쳐 현재 최영함 전투체계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전투체계관은 함정의 탐지장비와 무장 등 전투체계를 지휘하는 직위다. 최영함이 지난해 12월 해군 함포사격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으로 ‘포술 최우수전투함’으로 선정된 데도 김 소령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김 소령은 청해부대 파병 임무를 끝내고 지난해 5월 귀국해 아내, 두 딸과 6개월 만에 재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제복을 입고 군문에 들어선 것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며 “앞으로 구축함 함장이 돼 영해수호를 위해 일하는 게 유일한 꿈”이라고 말했다.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에 대해서도 “아덴 만 여명작전에 참가한 모든 지휘관과 장병을 대신해 받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상금은 함께 땀 흘린 동료와 해군 발전을 위해 의미 있게 쓰고 싶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희생 봉사 헌신… 숨은 영웅들
동아일보사와 채널A가 제정한 ‘영예로운 제복상’의 수상자가 결정됐습니다. 양사(兩社)는 열악한 근무 여건 속에서도 나라를 위해 희생해 온 군인 경찰 해경 소방공무원의 희생과 노고를 국민과 함께 치하하자는 뜻으로 이 상을 제정했습니다. 국방부, 경찰청,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의 추천을 받아 각 기관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3일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 5명과 노블레스상 수상자 2명을 선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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