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검찰의 전당대회 ‘돈봉투’ 수사가 미칠 파장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내에서는 검찰이 사실상 정치권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자조의 목소리도 6일 하루 종일 터져 나왔다.
이번 돈봉투 사건은 검찰의 판단에 따라 수사의 범위가 좁혀질 수도, 일파만파 확대될 수도 있다. 전대 때 돈봉투를 돌리는 건 관례였다는 당내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어 검찰 의지에 따라서는 수사의 범위가 해당 전대 외의 다른 전대나 다른 후보에게로 번질 수 있다. 일부 수사 대상자나 다른 인사들의 ‘자폭성 폭로’가 이어지면 한나라당이 통제 불능의 쓰나미에 휩쓸릴 수도 있다. 실제 조전혁 의원은 이날 “2010년 전대에서 1000만 원이 담긴 돈봉투를 뿌린 후보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전대에서 한 원외 당협위원장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전직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돈을 받은 현역 의원들까지 줄줄이 소환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극소수 실무진에 대한 수사로 좁혀져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꼬리 자르기’라는 야당과 여론의 비판 속에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사건처럼 의혹만 키우다 4·11총선을 맞이할 공산이 크다. 당 지도부는 당사자를 물갈이하면서 쇄신 몸부림을 치겠지만 ‘돈봉투’ 정당이라는 낙인을 벗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래저래 한나라당으로서는 검찰의 수사 방향과 범위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19대 총선을 3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현역 의원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범죄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공천 및 본선 과정에서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돈봉투 의혹 사건 외에도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폭탄’이 검찰의 손아귀에 여럿 들어 있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전직 보좌관인 박배수 씨의 불법 자금 수수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측근의 금품 로비 의혹 사건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 비리로 비화할 수도 있다. 실제 이런 상황이 현실화되면 향후 당청관계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검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큰 디도스 공격 사건도 여전히 유효한 악재다.
검찰의 수사가 주요 선거의 판세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작용한 전례는 과거에도 많았다. 2007년 당시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에 대해 검찰이 대선후보 경선을 엿새 앞두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해 공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선 본선 때는 이 후보의 BBK 주가 조작 관여 의혹 수사가 선거 최대의 이슈였다. 김영삼, 김대중 정권 말기에는 아들의 비리와 관련한 검찰 수사로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현상)을 부추겼다.
검찰과 의원들은 평소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의원 상당수는 검찰이 실적을 내기 위해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현역 의원에 대해 과잉 수사를 벌인다는 인식이 강하다. 지나치게 정치적인 수사가 많다는 의혹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여야 가릴 것 없이 ‘검찰 개혁’ 주장은 반복되는 레퍼토리다. 하지만 자정 노력을 게을리해 온 정치권의 자업자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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