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예로운 제복상) 대상 수상자는 7기동전단 최영함 전투체계관 김성호 해군 소령입니다.”
수상자가 발표되자 그는 한걸음에 단상으로 올라갔다. 단상에 선 그는 참석자들을 향해 돌아선 뒤 힘차게 거수경례를 했다.
“현장에서 맡은 임무에 충실히 임하며 고생하는 분들을 대신해 상을 받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해군 장교로서 소임을 다한 것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하겠습니다.”
시상대에 올라 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말하는 김 소령의 모습을 보자 정원 해군본부 소령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김 소령의 해군사관학교 55기 동기인 정 소령은 “동기생 5명이 대표로 시상식을 보기 위해 올라왔는데 1회 시상식에서 동기가 대상을 받게 돼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 그대들이 있기에…고맙습니다
본보와 채널A가 제정한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모자 비뚤어졌어요.” “사진 잘 나왔네.”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행사장은 수상자와 기념사진을 찍는 가족과 동료들이 누르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품 안에는 꽃다발이 가득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스크린의 ‘제1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그대들이 있기에 우리가 있습니다’라는 대형 문구가 수상자와 참석자를 맞이했다. 오후 3시. 수상자 8명과 군인, 경찰과 소방 공무원을 비롯해 가족 등 150여 명이 자리를 가득 채우자 군악대가 행사 시작을 알렸다.
영예로운 제복상 심사위원장인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심사경과 보고에서 “심사위원 9명이 국방부 경찰청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에서 추천한 후보자 15명의 근무 성과를 종합적으로 심사했다”며 “후보자들이 각 기관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보니 심사위원들 간 의견 대립도 있었지만 무기명 투표까지 실시해 최대한 공정하게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 국민에게 헌신하는 상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은 “영예로운 제복상은 동아일보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을 보도하면서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데 자신의 꿈과 인생을 거는 사람들을 기리는 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회사 안팎의 뜨거운 요청에 의해 만들어졌다”며 “최고 수준의 명예와 상금에 더해 국민의 이해와 배려라는 값진 보상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각계 인사들의 축사도 이어졌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동아일보가 MIU(Men In Uniform)를 주제로 다양하게 보도하는 등 제복 입은 사람들을 존경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하다”며 “오늘 이 상을 통해 제복 공무원들의 헌신과 희생이 존경받는 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도 “우리 사회가 제복 입은 사람들의 희생과 봉사를 당연한 듯 넘기는 풍조가 만연한 것 같아 걱정스럽다”며 “제복 입은 사람이 걷는 길이 자랑스러운 길이 되도록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더 큰 책임감으로 사명 다할 것”
영광의 수상자들은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화재 현장에서 하반신이 마비되는 중상을 입어 목발을 짚고 시상대에 선 김응군 경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 소방교(노블레스상 수상)는 “이런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직접 화재를 진압할 수는 없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뒤에서 받쳐 주면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예로운 제복상을 받은 서울 도봉소방서 미아119안전센터 김영관 소방장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상자들의 가족과 동료들도 기쁨을 만끽하는 표정이었다. 함께 고생했던 기억과 대견함, 자랑스러움이 뒤섞인 감정이 짧은 시간에 얼굴에 스쳤다. 전남 목포와 경북 영주 등 전국 각지에서 축하해주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가족과 동료들은 수상자들이 시상대에 올라 상을 받을 때마다 큰 소리와 박수로 응원했다.
아들의 수상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경북 영주에서 친척들과 함께 관광버스를 빌려 타고 서울로 온 임홍경 경북 영주경찰서 경위의 어머니 신동연 씨(83)는 아들이 영예로운 제복상을 받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쳤다. 신 씨는 “지금까지 걱정을 한 적도 많다”며 “많은 사람들이 아들을 곱게 봐줘 이런 상을 받게 된 만큼 시상식 뒤에는 아들에게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15일 아들과 딸을 데리고 전남 목포에서 올라와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 있는 아이들의 큰고모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시상식에 참석한 박성용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목포해경 경사의 부인 황연순 씨(44)는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로 남편의 이름이 장내에 퍼지자 잠시 두 손을 모은 채 눈을 감았다가 힘차게 박수를 쳤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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