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은진]대학생 전세임대주택 대폭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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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김은진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연세대 신학과 4학년
김은진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연세대 신학과 4학년
20대 대학생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자치단위인 ‘민달팽이유니온’의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나는 작년 12월 7일 전화를 받았다. 한 기자가 당일 발표된 국토해양부의 서민 주거지원 강화대책 중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사업이 실행된다면 대학생들의 반응이 어떨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정부 측에서 대학생 1만 명이 신청할지 모르겠다며 걱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직 대학생 주거문제의 심각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구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은 신청일 첫날에만 1699건이 몰리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도 “대학생 주거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며 “이제야 실태를 알겠다”고 했다. 서울 대학가 하숙, 월세 평균 45만 원, 원룸의 경우 전세로 6000만∼7000만 원인 현실과 그 현실 속에서 신음하는 청년들의 아픔을 이제야 정부가 명확하게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은 수많은 신청자가 몰릴 만한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높은 등록금으로 대학에 다니는 동안 어려움을 겪고, 대학 졸업 후에도 취업난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현재 주거비용은 생존을 위협하는 직격탄과 같다. 이를 막아주기 위한, 대학생을 위한 제대로 된 최초의 사업인 만큼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이 갖는 의의는 크다고 생각한다. 보증금 100만 원과 월세 11만 원대로 전세 7000만 원짜리 집에서 살 수 있다(서울지역 1순위 학생의 경우)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중에서는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을 지불해야 살 수 있는 집이기 때문이다.

이 사업의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1만 채에 불과한 적은 물량, 시장에서 전세물량이 부족해 전셋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눈에 보이는 명확한 문제들을 넘어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이 사업은 혜택의 수혜자가 제한돼 어쩔 수 없이 선별적 복지를 지향하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주거로 인한 고통은 기초생활수급자 혹은 전년도 평균 근로자임금의 50%를 벌고 있는 가정에 대응하는 1순위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청년이 겪고 있는 살벌한 현실이다. 그런데 대다수 청년은 이 사업의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생 전세임대주택도 분명 의미 있는 사업이지만 청년 주거문제가 특별히 보편적 복지의 실현이 절실한 영역인 만큼 더 많은 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구조로 사업이 구성됐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 본부들에 한마디 하고 싶다. 정부가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을 통해 대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대학생의 문제인데도 대학은 가만히 있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한다. 점차 확산되고 있는 대학생 및 청년 주거 관련 인식과 더불어 학생들은 살 권리를 위해 행동할 것이다. 실제로 2011년 민달팽이유니온이 출범해 주거문제를 겪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모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학 본부도 더욱 책임 있는 자세로 대학생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움직여 주길 부탁한다.

김은진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연세대 신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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