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애슬론의 역대 최고 성적은 국제바이애슬론연맹이 주최하는 월드컵 시리즈 37위다. 등록선수는 200여 명에 불과하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도 ‘남의 집 잔치’가 되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관계자들은 스키 크로스컨트리와 사격이 혼합된 바이애슬론의 발전 가능성을 말한다. 김나미 국제바이애슬론연맹 부회장은 “마라톤과 사격에서 세계를 제패해본 한국인은 지구력과 집중력이 뛰어나다. 그 두 가지가 기본 요건인 바이애슬론에서 세계와의 격차를 빠른 시간 안에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꿈은 어디까지 이뤄질 수 있을까. 그 희망의 근거를 찾기 위해 기자가 직접 바이애슬론 체험에 나섰다.
12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경기장에는 섭씨 영하 10도의 혹한과 칼바람이 몰아쳤다. 몸에 달라붙는 쫄쫄이 유니폼을 두 개나 껴입었지만 다리가 금세 얼어붙었다.
“선수들은 하나만 입는데 뭐합니까? 움직여야 몸이 녹습니다.”
대표팀 박윤배 코치의 호통과 함께 주행 훈련에 돌입했다. 10대 때부터 스키를 타온 기자였지만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폭이 일반 스키에 비해 절반 이상 좁았다. 부츠 뒷부분이 들려 균형 잡기가 쉽지 않았다. 마치 스케이트를 신은 기분이었다.
자세 교정을 받은 뒤 1km 기록을 쟀더니 4분 22초에 그쳤다. 대표팀 선수들은 표고차가 50m에 이르는 알펜시아 경기장에서 1km를 평균 2분 30초 안에 주파한다. 고백하건대 기자는 평탄한 코스에서만 돌았다.
사격에서는 더 큰 굴욕을 맛봤다. 1km 주행 후 온몸에 힘이 풀려 등에 멘 총을 풀지 못했다. 선수들은 사격장에 들어선 뒤 첫 격발까지 평균 14초가 걸린다. 기자는 엎드려쏴 자세를 잡는 데만 1분여를 소요했다.
바이애슬론의 하이라이트는 맥박이 200까지 치솟는 가쁜 숨을 최대한 빨리 진정시키는 것이다. 선수들은 보통 두세 번 호흡을 고른 뒤에 첫 격발을 한다. 현역 시절 전방부대에서 근무하며 전진무의탁 사격술(전진하다가 지형지물을 이용하지 않고 사격하는 방법)을 연마했던 경험을 살려 방아쇠를 당겼지만 10발 연속 과녁을 벗어났다. 약 50m 거리에 떨어진 지름 4.5cm의 엎드려쏴 과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1km 추가 주행을 벌로 받고 절치부심하며 사격장에 다시 들어섰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10발 연속 성공했다. 환희에 찬 표정을 짓자 박 코치는 피식 웃으며 말한다. “과녁이 2배 이상 큰 서서쏴(입사) 과녁(11.5cm)으로 바꿨어요. 기자님도 발전 가능성을 좀 느껴야지요.”
상위 랭커들은 사격에서 평균 90%의 적중률을 보인다. 한국 바이애슬론은 사격 성적만 보면 이미 세계 정상권이다. 남은 것은 주행 실력 향상이다. 하지만 국가대표를 제외한 유망주들은 지원 부족으로 한 해 석 달밖에 설원에서 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주행에서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이유다.
박 코치는 “유럽에는 여름에도 주행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동굴 훈련장이 마련돼 있어요”라며 “평창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유망주에 대한 체계적인 해외 전지훈련이 절실합니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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