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에 대학동기… 고시 합격도 국회 입성도 함께… 명대변인, 법무장관…
박상천, 총선 불출마… “朴의장 낙마 안타깝다”
‘영원한 맞수’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한 55년 지기 박희태 국회의장과 민주통합당 박상천 전 대표가 공교롭게도 9일 ‘여의도 정치’ 퇴장을 동시에 선언했다. 박 의장은 이날 오전 10시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의장직 사퇴를 선언했고, 20분 뒤 박 전 대표는 국회에서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1938년생 동갑내기인 두 노(老)정객은 늘 동반자였다. 태어난 곳은 경남 남해(박 의장)와 전남 고흥(박 전 대표)으로 달랐지만 서울대 법대 입학(1957년), 고등고시 사법과 13회 합격(1961년), 13대 총선을 통한 정계 진출(1988년) 등 삶의 궤적을 같이했다.
검찰에선 박 의장이 박 전 대표보다 출세가도를 달렸다. 박 의장은 특수부 검사 등을 거쳐 부산고검장까지 오른 반면 박 전 대표는 순천지청장을 끝으로 검사 생활을 마쳤다. 정계 진출 후에는 두 사람 모두 여야의 명대변인(1991년)으로 이름을 높였고 1997년에는 원내총무를 동시에 맡아 소속 의원들을 지휘했다. 박 의장이 김영삼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1993년)에, 박 전 대표가 김대중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1998년)에 임명된 것도 비슷하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펴낸 ‘한국정치의 민주화 도정’이라는 책의 ‘영원한 맞수’라는 코너에서 박 의장과의 인연을 소개할 정도로 각별한 정을 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지막 떠나는 모습은 달랐다. 박 의장은 여론에 떼밀려 불명예 사퇴한 반면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떠나는 박 전 대표는 동료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다. 박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박 의장이 의장직을 잘 수행해 명예롭게 마감하는 것이 좋았을 테지만 여러 가지를 감안해 결정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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