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조 꽃미남 인디밴드 데이브레이크(Daybreak)가 단 둘이서 공연장을 찾은 남성관객에게 애잔한 눈빛을 보냈다.
11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데이브레이크(보컬 이원석, 기타 정유종, 베이스 김선일, 키보드 김장원)의 단독콘서트에서다.
2012년 아트홀에서 열리는 첫 공연이자 Special Day 콘서트 시리즈 ‘More Than Kiss 모.덴.키’는 데이브레이크의 무대로 시작됐다. 오는 14일 밸런타인데이에 딱 어울리는 밴드이기 때문이다. 밴드에게도 2010년 정규 2집 발표 후 약 2년만에 신곡을 처음 선보이는 중요한 자리이기도 했다.
이날 공연에 참석한 관객의 70%이상 여성이었다. 오빠부대를 몰고 다닌다는 소문을 입증이라도 하듯 솜사탕같이 달콤한 곡 ‘세상이 부르는 노래’, ‘멍하니’ 등이 이어지자 여성 관객들은 완전히 매료됐다.
하지만 그 와중에 두 남성관객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본 정유종은 “괜찮아요”, “정말 고마워요” 라며 틈틈이 그들을 챙겼다. 이에 김장원은 정유종에게 “그럼, 유종 씨가 책임지고 저 두 분 행복하게 해주세요”라고 개구지게 말해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1부 마지막 곡 ‘좋다’ 부터였다. 보컬 이원석이 재킷을 벗고 특유의 ‘왼쪽 다리 꼬기’자세를 취하며 본격적으로 놀 태세를 갖추자, 관객들도 모두 일어나 함께 뛰기 시작했다.
데이브레이크의 대표곡 ‘팝콘’, ‘들었다 놨다’가 나오자 얌전하게 앉아 있던 여성들은 간단한 안무를 따라하며 노래에 흠뻑 취했다. 아까 같이 줄을 서서 입장했던 그 여자들이 맞나.
“그-녀-는- 내 맘을 /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hey/ 내 맘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hey~”
손발이 오그라드는 가사에 여자친구를 따라온 남자들은 쑥스러운 듯 소심하게 안무를 따라했고, 여자친구는 주위 시선을 잊은 채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노래 속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혼자 공연을 찾은 몇몇의 여성 팬은 정신 줄을 놓은 지 오래 전.
확실히 밸런타인데이를 겨냥한 공연보다는 여성을 위한 화이트데이에 더 잘 어울릴 법했다. 아마 남성 관객이 공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게스트 여성듀오 ‘랄라 스윗’이 ‘우린 지금 어디쯤에 있는걸까’와 ‘파란달이 뜨는 날에’를 부르고, 솔로를 위로해주는 멘트를 할 때 뿐이었을 것이다.
보컬 이원석은 기념일을 잊고 산지가 오래된 듯 2월 14일이 여자가 초콜릿을 받는 줄 알고 있었다.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에 안타까움이 섞인 탄성이 터져 나왔다.
“누가 받든지 뭐 어때요? 서로 ‘기브앤테이크(Give & Take)’ 하는 거죠. 저희는 관객여러분께 특별히 드릴 건 없고, 좋은 음악 들려드릴게요.”
하지만 관객석에서는 애교 목소리의 탄성이 터져 나왔고, 데이브레이크는 미리 준비했던 초콜릿 몇 개를 관객들에게 선물했다. 물론 데이브레이크 역시 공연이 끝나고 한 여성 팬에게 작은 선물을 받았다.
이외에 데이브레이크는 이번 콘서트에서 4월 21일 발표할 신곡 ‘오랜만에’와 ‘회전목마’를 공개했다. 곧 발표할 앨범은 그동안 발랄하고 경쾌한 곡들을 주로 선보였던 데이브레이크에게는 작은 도전이라고.
데이브레이크는 “조금 시크해질려고 한다. 이번에 공개한 곡은 앨범의 고작 몇 %밖에 되지 않는 수준? 우리끼린 나름 만족한다. 벌써 관객들 눈이 젖어 있는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100분의 뜨겁고도 달달한 공연이 막을 내리자, 기자 옆에 있던 여성 팬은 4~5월까지 그들을 기다려야한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눈물을 훔쳤다.
‘키스보다 달콤하고 키스보다 짜릿한’ 무대를 선사할 ‘More Than Kiss’는 매 년 초가 되면 수시로 찾아와 커플, 솔로 할 것 없이 골머리를 썩게 하는 oo데이에 기죽지 않도록 특별한 시간을 선물하기 위해 준비된 콘서트 시리즈다. 3월 14일 ‘가을방학, 클래식에 빠지다’, 4월 13일 ‘장필순 with 차가운체리’의 무대가 이어진다.
동아닷컴 한민경 기자 mkhan@donga.com 사진 제공 | 마포아트센터
※ 오·감·만·족 O₂플러스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플러스!(news.donga.com/O2) 스마트폰 앱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