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탈북해 한국에 살고 있는 A 씨는 최근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과 만나기 위해 중국으로 가 국경지대로 갔다. 자신이 넘어올 때에 비해 중국 측 경비가 더욱 삼엄해진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중간에서 도와 줄 사람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직접 꽁꽁 언 두만강을 건너가 가족과 만나고 돌아왔다. A 씨의 집은 매우 외진 곳이어서 감시가 별로 심하지 않은 데다 그가 주변 지리를 훤히 알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그를 경악하게 한 것은 중국으로 다시 나온 그가 며칠 뒤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동북 3성 모 도시의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타려 할 때였다. 출국수속을 모두 마치고 한국 국적 비행기에 올라 이륙을 불과 20분가량 남긴 시간, 공안 관련 요원 여러 명이 기내에 들어와 그에게 “여권을 보자”며 비행기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그들은 조용한 곳에 이르자 갑자기 그의 신발 밑창을 보자고 했다. 신발을 살피던 그들은 “신발 밑창 모양을 보니 조선에 갔다 온 사람이 맞네. 우리가 잡아도 할 소린 없겠지만 이번에 조용히 보내준다”고 말했다. 공안들은 A 씨가 북한에 들어갔다 올 때 어딘가에 남긴 족적(足跡) 정보를 갖고 신발을 비교하고 있었던 것이다. 탈북자 단속과 검거 등을 위한 국경지역의 북-중 공안 기관 간 협조가 긴밀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고 A 씨는 말했다.
최근 북-중 국경 일대를 방문한 탈북동포 B 씨는 “중국 내륙 소도시에서 국경까지 나가는 길목에 2년 전까지만 해도 없던 변방 수비대 초소와 공안국 초소가 하나씩 생겼고 국경의 감시 카메라도 늘고 전에 보이지 않던 곳에도 철조망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고 말했다.
북한 정보기관 출신의 소식통 C 씨는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옌지(延吉)공항의 경우엔 이곳을 오가는 한국인 신상 정보가 오래전부터 북한 보위부와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탈북자 31명이 체포된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의 한 고위 공안 소식통은 “동북 3성에서 탈북자가 체포되면 현지 북한 영사관에 명단이 즉각 통보되기 때문에 체포 뒤 24시간 내에 손을 쓰지 못하면 사실상 구출이 힘들다”고 말했다.
중국이 탈북자 색출 및 검거를 위해 북한에 얼마나 잘 협조하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북한은 최근 몇 달간 북-중 국경의 북한 땅에서 한국과 이뤄지는 휴대전화 통화를 막기 위해 방해 전파를 쏘고 있다. 그 전에는 중국 휴대전화 통신이 가능한 북한 지역에서는 한국과도 직접 통화가 가능했으나 요즘은 거의 불가능하다.
북한이 강력한 방해 전파를 쏘면 국경 인근 중국 내의 통화도 방해를 받아 중국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다. 신의주 건너편 단둥(丹東), 혜산 건너편 창바이(長白) 등이 이런 지역이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 주민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한국과 북한 내의 가족 등이 서로 통화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북한을 돕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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